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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빅 뱅' 재현실험 성공

(서울=연합뉴스) 관련기사 우주 탄생의 기원인 `빅 뱅' 직후의 상태를 극히 작은 규모로 재현해 물질의 기본성질을 밝히기 위한 실험이 7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드디어 성공했다고 AP통신과 BBC 뉴스가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해부터 계속해 오던 양성자 충돌 실험 대신 납이온을 충돌시키는 방법을 사용해 태양 중심부 온도보다 100만배 높은 극초고온과 극초밀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CERN 관계자들이 발표했다. 이들은 LHC 안에서 일어난 충돌이 "지극히 작은 빅 뱅"이긴 하지만 우주 기원의 단서가 될 `쿼크-글루온 플라즈마'로 이루어진 걸쭉한 물질 수프를 만들어낼만큼 강력하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4주동안 과학자들이 납이온 충돌로 얻은 자료를 집중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137억년 전 빅 뱅 직후 100만분의 1초 사이에 우주를 구성한 플라즈마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0억달러를 들여 제네바 부근 프랑스-스위스 국경지대에 건설된 길이 27㎞의 원형 터널 구조물인 LHC는 2008년 가동되기 시작한 이래 기술적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우주에 관한 이해를 깊게 해 주거나 완전히 바꿔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암흑물질과 반물질의 증거를 찾아내고 더 나아가 시공간의 숨은 차원까지도 찾아내려는 목적으로 건설된 LHC는 주로 양성자 충돌실험에 사용되지만 매년 12월 정비를 위해 가동이 중단되기 전 한 달 동안은 납이온 충돌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전자가 제거된 납 원자를 가리키는 납이온은 양성자보다 훨씬 무거워 순환시키는데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며 찾고자 하는 물질의 상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실험에서 태양 핵 온도보다 100만배나 뜨거운 10조도 이상의 고온이 형성됐으며 "이런 고온에서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까지도 녹아 `쿼크-글루온 플라즈마'라고 불리는 걸쭉하고 뜨거운 쿼크와 글루온 수프가 된다고 설명했다. 쿼크와 글루온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구성입자인데 빅 뱅 직후의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급속히 식으면서 서로 달라붙어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게 된다. 학자들은 이런 플라즈마를 연구함으로써 원자핵을 서로 묶어주는 힘이자 질량의 98%를 차지하는 이른바 강력(소립자간의 강한 상호작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덕환의 과학세상] (344) 힉스 보손 (디지털타임스, 2011.12.30)

입력: 2011-12-29 20:21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놀라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40여년 동안 전세계 물리학자들이 애타게 찾아왔던 `힉스 보존'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우주 만물이 질량을 갖도록 해준 `신(神)의 입자'로 추정해왔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는 입자의 존재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우주 만물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최종 이론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표준 모형'의 핵심은 대칭성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닮은 정도를 넘어서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척도(게이지)를 바꾸더라도 우주의 모양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망원경으로 찍은 광활한 우주의 모습이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원자 세계의 모습과 근원적으로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닮아있는 것이 바로 게이지 대칭성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하게 대칭인 세상은 무의미하다. 어떤 것도 구별할 수 없고,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광활한 우주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우주의 만물도 존재할 수가 없다. 우주의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우리 자신도 대칭성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 결국 우주를 설명하려면 근원적인 대칭성과 현실적인 비대칭성을 모두 수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스티븐 와인버그와 압두스 살람이 1968년에 제시한 표준 모형이 바로 그런 이론이다. 표준 모형에 따르면 우주 만물은 6종의 `쿼크'(u, d, c, s, t, b)와 6종의 `렙톤' 또는 `경입자'(전자, 뮤온, 타우,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로 구분되는 페르미온으로 구성되어 있다. 1897년 J J 톰슨이 발견한 `전자'가 최초로 밝혀진 경입자였고, 1995년 미국의 페르미연구소에서 확인된 `탑'(t)이 우리 앞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쿼크였다.

그런데 페르미온 입자들이 우주의 근원적인 대칭성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표준 모형에서는 페르미온들 사이에 힘을 전달해주는 `게이지 입자'를 이용해 대칭성 문제를 해결한다. 전자기력을 전달해주는 `광자', 약한 핵력을 전달해주는 `W'와 `Z', 그리고 강한 핵력을 전달해주는 `접착자'(gluon)가 바로 게이지 입자의 역할을 하는 4종의 `보존'들이다. 이미 알려져 있던 광자를 제외한 3종의 보존의 존재도 1979년과 1983년 CERN의 가속기에서 확인됐다.

그렇다고 표준 모형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기본 입자들의 질량이 문제였다. 완벽한 대칭성을 요구하는 이론에서는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지고 있어서 명백하게 구분이 가능한 입자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 실제로 137억년 전 대폭발(빅뱅)에 의해 우주가 탄생한 직후에는 질량을 가진 입자가 없었다. 질량이 없는 광자가 세상을 채우고 있었다. 그런 광자가 `물질'과 `반(反)물질'로 갈라졌다가 곧바로 다시 광자로 합쳐지는 일이 반복될 뿐이었다.

질량을 가진 `물질'이 우주를 채우기 시작하는 과정을 설명해준 것은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의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었다. 태초의 완벽하게 대칭적인 우주가 충분히 안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 일어나게 되었고, 결국에는 물질이 반물질보다 조금 더 많은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표준 모형에서는 `힉스 보존'을 이용해서 이런 과정을 설명한다. 대칭적이고 균일하던 태초의 우주에 힉스 보존이 등장하면서 입자들이 질량을 갖게 되었고,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힉스 보존을 신(神)의 입자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힉스 보존의 존재가 확인되면 드디어 17종의 기본입자로 구성된 표준 모형이 완성된다. 올해로 82세를 넘긴 피터 힉스와 79세의 스티븐 와인버그만큼 그런 순간을 애타게 기다려왔던 과학자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스티븐 호킹처럼 표준 모형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과학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