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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식품, 알칼리 식품, 산성혈증 ... 넌센스이다

- 유행한 건강법
- 혈액의 pH 항상성


sodium bicarbonate baking soda NaHCO3 8.4
sodium carbonate soda ash NaCO3 11.6
potassium carbonate potash K2CO3 11.5
kansui Chinese lye water – 10.0–12.0
sodium hydroxide lye, caustic soda NaOH 12.0–14.0

알카리성 식품, 알칼리수 괴담

산성 식품을 많이 먹으면 나쁘고 알칼리 식품을 먹으면 좋다고요?
식품을 하는 사람도 보통 pH와 산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데 일반인이라면 pH와 산성 또는 알카리성 식품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인은 산성 알칼리성 하면 pH를 먼저 떠올릴텐데, 혈액의 pH는 7.4이다. 여기에서 pH가 0.05만 바뀌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런데 레몬의 pH는 2~3 이고 pH는 로그 스케일이라 1의 차이는 10배 차이이다. 즉 레몬은 혈액에 비해 10*10*10*10*10인 10만배의 차이이다. 레몬즙 1ml 만으로도 혈액의 pH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음식의 수소이온이 흡수도 되지 않지만, 설혹 그런 약간의 변동 요인이 있어도 혈액에 존재하는 완충 성분에 의해 혈액의 pH는 정말 정밀하게 일정 농도가 되도록 제어 된다. 그래서 식품을 pH로 구분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본래 '알칼리'는 나트륨이나 칼륨이 들어 있는 식물을 태운 재를 뜻하는 희랍어였고 요즘은 '알칼리족'이라고 하는 리튬, 나트륨 칼륨 칼슘과 같은 금속을 물에 넣으면 만들어지는 수산화물을 뜻한다. 그리고 식품이 완전 연소됐을 때 남는 물질 중에서 알칼리 금속이나 질소 화합물이 많으면 알칼리성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섭취한 식품이 몸속에서 모두 '연소'되는 것도 아니라 이런 분류는 곤란하다. 나트륨은 이미 넘치고 칼륨이나 칼슘이 부족하므로 그냥 칼륨이나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말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기 때문에 따로 산성식품 알카리성 식품을 말하는 것은 소비자의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사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은 거의 대부분 중성 또는 산성 물질이다. 단백질이 아미노산(글루탐산과 아스파트산이 평균 35% 정도)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지방은 3분자의 지방산이 1분자의 글리세롤과 결합한 것이고 탄수화물은 포도당의 결합체인데 포도당은 끊임없이 유기산으로 분해되면서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와 구성 성분의 원료를 공급한다. 그런데 내 몸을 알카리화 시키겠다는 것은 실로 어불성설이다.
이런 논란은 이미 미국에서 1920~30년대에 일어난 엉뚱한 해프닝이었다. 그런 소동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일어난다면 정말 창피한 일이다.



산성혈증의 공포 : 가벼운 증상도 치명적 질병으로 변신

산성혈증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인데 1920년대 중반 중산층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일부 의사들은 당뇨병과 관련이 없는 일반 성인들에 대해서도 산성혈증 진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내 지방이 지나치게 소실돼 혈액 속의 산성 밸런스가 깨져 당뇨병 환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산성혈증이 나타났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위산 과다 환자의 급증을 이유로 들며 산성혈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위산 과다로 인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산성혈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논쟁을 촉발시킨 것이 1928년 2월 <맥콜>에 게재한 엘머 맥컬럼의 컬럼이다.  "산성혈증의 증상으로는 무기력, 불안감, 메스꺼움, 간헐적인 구토, 두통, 불면증, 심신 약화, 식욕 부진 등이 있다. 근육통도 발생하며, 입 안의 산성화로 인해 치아 법랑질 손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부 저명한 의사들은 고혈압, 신장병, 괴저, 뇌졸증을 유발하는 혈관 질환은 오랜 기간 산성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1933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식습관과 영양에 관한 저서에서는 아예 한 파트 전체를 할애해 ‘산성혈증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엄마들은 산성혈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있다."며 결연한 어조로 "새롭게 출간된 몇 권의 식습관 관련 책들을 보고 있자면 몇 장만 넘겨도 두려움이 엄습한다. 내가 만약 산성혈증에 걸린다면, 고통스럽고 불편한 그 어떤 다른 질병보다 단지 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갑작스럽게 심장이 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성혈증 공포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 주장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습관으로 인해 혈액 속에 산 과다가 유발된다’는 맥컬럼의 이론에 의구심을 품은 과학자들이 일부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1930년대 초 간단한 몇 가지 실험을 통해 맥컬럼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러한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자 먹거리에 대해 특히 귀가 얇았던 자동차 거물 헨리포드는 한동안 아침에는 과일, 점심에는 탄수화물 그리고 저녁에는 단백질만 섭취하는 독특한 식습관을 유지하기도 했다.
또 한 의학 전문가 패널은 "산성혈증과 중독은 모든 질병의 근본 원인이다. 산성혈증은 함께 섭취하는 식품의 조합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윌리엄 헤이는 자신의 저서《식품을 통한 건강에서 》에서 "모든 지병의 근원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며, 산성혈증이 기력을 약화시키고 지방 축적을 가속화하므로 자신이 제시한 산성혈증 예방 식단을 지키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 주장은 20세기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끈 ‘비벌리힐즈 다이어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알칼리는 신비의 영약 아니다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요즘은 알칼리가 유행이다. 알칼리성 식품이 몸에 좋다는 소문도 있고 '알칼리수(水)'라는 엉터리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었다. 알칼리를 이용해 아들과 딸을 마음대로 가려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알칼리'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어떤 상품이나 최고의 인기가 보장되는 모양이다.
본래 '알칼리'는 나트륨(소듐)이나 칼륨(포타슘)이 들어 있는 식물을 태운 재를 뜻하는 희랍어였다. 비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 우리 조상이 쓰던 잿물을 만들던 '재'가 대표적인 알칼리인 셈이다. 요즘의 알칼리는 조금 더 넓은 뜻을 가지고 있다. '알칼리족'이라고 하는 리튬.나트륨.칼륨과 같은 금속을 물에 넣으면 만들어지는 수산화물을 뜻한다. 칼슘.스트론튬.바륨 등의 알칼리 토금속의 수산화물도 알칼리라고 부른다. '가성소다'나 '양잿물'이라고 부르는 수산화나트륨(NaOH)이 대표적인 알칼리인 셈이다.
알칼리는 건조한 사막의 침출액이나 나무나 해초를 태운 재에서 얻었던 귀한 물질이었다. 요즘에는 광산이나 사막에서 채취하는 천연 소다회(탄산소다)를 변환시키거나 19세기 말에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한다. 보통 알칼리는 물에 잘 녹는 흰색 고체이고 금속이나 유기물을 부식시킬 정도로 반응성이 크다. 알칼리는 유리.비누.세제.레이온.셀로판.종이.펄프 등의 제조에 꼭 필요한 산업 원료다.
대부분의 광고에서 '알칼리'는 수산화이온의 농도가 수소이온의 농도보다 큰 상태를 나타내는 '염기성'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의 체질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람 혈액의 수소이온 농도는 인종.성별.나이에 상관없이 똑같다. 그렇지 않다면 링거액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수혈할 때 혈액형을 꼼꼼하게 따지는 병원에서도 링거액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을 사용한다. 실제로 우리 혈액의 수소이온 농도 지수(pH)는 누구나 7.4이고, 그 값이 0.2만 달라지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식품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런 구분은 식품이 완전연소됐을 때의 부산물을 근거로 하는 것으로 알칼리 금속이나 질소 화합물이 많으면 알칼리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섭취한 식품이 몸속에서 모두 '연소'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화학적으로 산성인 것이 분명한 식초를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우기는 것은 정말 기막힌 일이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화학적으로는 중성에 가까워야 한다. 정부에서 정한 마시는 물의 수질 기준에서도 수소이온 농도 지수는 5.8에서 8.5 사이가 돼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너무 심하게 산성이거나 염기성(알칼리성)인 물은 맛도 나쁘고, 실제로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알칼리 이온 음료'라는 광고는 '나트륨 양이온'이 녹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나트륨 양이온은 조금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이 생긴다. 땀을 많이 흘린 뒤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은 나트륨 이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는 소금을 조금만 먹으면 갈증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알칼리 이온 음료는 그런 소금물에 단맛을 내는 성분을 넣은 것이다. 실제로 알칼리 이온 음료는 화학적으로 산성이다.
알칼리가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어감이 낯선 과학 용어로 신비감을 불러일으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그런 상술에 속아 넘어가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칫하면 무엇보다 소중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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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리성, 산성식품이란 식품자체가 알카리성 또는 산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식품이 체내에서 연소된후 알카리성 작용을 나타내는가 또는 산성작용을 나타내는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체내에서 수소이온을 생성하여 산성을 나타내는 무기질인 유황, 인, 염소등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식품을 산성식품이라고 한다. 반면 체내에서 수소이온을 생성하여 알카리성을 나타내는 무기질인 나트륨, 칼륨, 칼슘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알카리성식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신체내의 체조직이나 혈액은 이러한 음식물에 의해 알카리성 또는 산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이나 신장의 배설기능에 따라 약알카리성을 유지해 준다.

따라서 신장기능이 손상되거나 당뇨병이 심해 체내에 산이 과도하게 축척돼있는 등의 특수상황이 아닌 상태에서는 체내 자동조절기능에 따라 산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산성, 알카리성 식품에 대해 예민할 필요는 없다. 흔히 혈액을 탁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산성식품으로는 육류등의 동물성 식품과 빵, 옥수수등의 곡류식품이 포함되고 알카리성 식품으로 생각하는 것으로는 채소, 과일과 같은 식물성식품과 우유가 포함된다.

그러나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구인들의 경우에도 체내의 산도는 인체의 생리작용에 의해 약알카리성을 유지한다. 일부에서 알카리성식품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특수식품을 과대하게 선전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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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산성에 취약하다
김병희 객원기자다른 기사 보기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8.01 ⓒ ScienceTimes

암세포가 세간의 통념과는 달리 산성에 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세포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산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결과 암세포 내부는 알칼리화된다. 원칙적으로 세포 안팎이 다르게 조절되면 세포의 발달과 증식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 생의학 연구원(IRB Barcelona)이 미국 모피트 암센터 및 메릴랜드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에서는 그와 정반대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세포 내 pH에서 건강한 종양세포들이 증식되는 상황을 전산상으로 예측한 도표. 암세포들은 기본 pH에서는 잘 증식하지만, 산성 pH에서는 취약해 진다. CREDIT: Miquel Duran-Frigola, IRB Barcelona

전산모델로 암세포 pH 이용 메커니즘 파악

논문 공저자로 스페인 생의학 연구원 생물정보학 및 네트워크 생물학 연구실 전산 화학자인 미겔 두란-프리골라(Miquel Duran-Frigola) 박사는 암세포 내부의 수소이온지수(pH) 수치가 낮을수록, 즉 암세포 내부가 더 많이 산성화될수록 암세포는 덜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며 증식도 약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7월 31일자에 발표됐다. 이번 발견은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전 생화학 분석에서 얻은 수십만 개의 자료와 암세포 유전자 발현에 관한 데이터배이스를 활용해 전산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모델로 pH의 변화가 약 2000가지 대사 효소의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미겔 두란-프리골라 박사는 “우리는 전산 연구실에서 시스템 생물학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대규모로 다뤄보기로 했다”며, “다른 pH 조건 아래에서 더 잘 작동하는 대사경로 사이의 연결을 이해하면 암세포가 기본 pH에서 생존하기 위해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 산성화시켜 제어
연구팀은 처음 공식으로 발표한 자신들의 가설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만약 암세포가 알칼리성 환경에서 쉽게 증식한다면 산성 조건 아래서는 더 취약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암세포 자체를 산성화시키는 방법을 전통적인 치료법과 결합하면 더욱 나은 치료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연구팀은 이와 더불어 암 발달에서 세포 내 산성도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작용하는 대사 효소를 밝혀내, 이 분자들도 가능한 치료 표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잠재적 분자 표적 가운데 다섯 개를 유방암 세포주에 테스트해 본 결과 유망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미겔 두란-프리골라 박사는 “이 연구는 아직 매우 아카데믹하지만 확인된 일부 치료 표적들은 이미 동물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며, 더 나아가 전임상 단계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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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혈증의 공포 : 가벼운 증상도 치명적 질병으로 변신

몇 년 후 맥컬럼은 자서전을 통해 "나는 흰 밀가루에 탈지분유를 추가하고, 반드시 ‘영양 식품’과 함께 섭취하라고 조언했다."고 강조하며 흰 밀가루에 대해 그동안 취했던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 했다. 그러나 대형 식품 가공업체들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질병인 ‘산성혈증’ 공포를 조장하면서 자신의 과학적 권위를 이용하는 것을 방조했다는 데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산성혈증’공포가 조장되는 과정에서 그의 역할을 간단히 살펴보면 그의 개입이 결코 실수 또는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산성혈증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다. 굳이 정의하자면 당뇨병 환자들의 상태를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는 희귀한 혈액 관련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 중반 이전에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이 일부 있었지만 당시 증상을 보인 환자는 주로 지방이 과도하게 함유된 음식을 주로 먹던 유아들이었다. 그런데 중산층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일부 의사들은 당뇨병과 관련이 없는 일반 성인들에 대해서도 산성혈증 진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내 지방이 지나치게 소실돼 혈액 속의 산성 밸런스가 깨져 당뇨병 환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산성혈증이 나타났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위산 과다 환자의 급증을 이유로 들며 산성혈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위산 과다로 인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산성혈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논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 바로 엘머 맥컬럼이다. 그 시작은 1928년 2월 <맥콜>에 게재된 그의 칼럼이었다. 칼럼이 개제되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산성혈증의 주요 증상은 피로와 무기력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맥컬럼이 이를 바꿔놓았다. 칼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산성혈증의 증상으로는 무기력, 불안감, 메스꺼움, 간헐적인 구토, 두통, 불면증, 심신 약화, 식욕 부진 등이 있다. 근육통도 발생하며, 입 안의 산성화로 인해 치아 법랑질 손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부 저명한 의사들은 고혈압, 신장병, 괴저, 뇌졸증을 유발하는 혈관 질환은 오랜 기간 산성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고 있다.

이 칼럼은 ‘기업가들과 주부들이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산성화된 식습관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이때부터 전문가들은 엄마들의 체크 리스트에 아이들의 산성혈증을 추가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의학 고문은 ‘산성혈증이 있는 아이들의 몽롱하고 나른하며 아픈 것처럼 행동한다.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 입에서는 냄새가 나는데 지나치게 숙성된 사과의 달콤한 향과 비슷한 냄새다. 소변의 산 수치도 매우 높고, 검사해 보면 아세톤이 검출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굿하우스키핑>은 ‘아이가 열이 있거나 구토 증세를 보이거나 혹은 설사를 하는 경우, 또는 나른함을 느끼고, 너무 조용하거나 처지고 졸려한다’고 생각되면 산성혈증을 의심해 보라고 조언했다.
산성혈증의 주범으로 위산 과다를 콕 집어 지목하면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의 대규모 감귤류 생산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맥컬럼은 이에 대한 대비책도 이미 마련해 두었다. 영양학자적 접근 방식을 이용해 혈액에 산 과다를 유발하는 상품을 판단할 때는 혀에서 느껴지는 맛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감귤류 과일에 함유된 산은 위에 도달하면 신속히 알칼리성으로 바뀌고, 혀끝으로 느껴지는 신맛이 강한 레몬과 자몽조차도 체내에 흡수되면 알칼리화된다. 그리고 실제로 감귤류의 과일은 모든 식품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산에 대항하는 식품"이었다. 그렇다면 맥컬럼이 생각하는 위산 과다를 유발하는 식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는 이러한 식품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빵, 달걀 등을 꼽았다.
맥컬럼의 주장은 주요 언론 매체와 잡지에 게재됐고, 그러는 사이 산성혈증 공포도 확산됐다. <뉴욕타임스>는 "영양학의 주요 관심사는 이제 더 이상 비타민이 아니다. 산성혈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한때 칼로리와 비타민을 이야기했던 우리가 이제는 알카리 밸런스를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간호학 잡지의 영양 칼럼리스트는 "변비와 산성혈증은 미국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며, 감귤류 과일과 양상추를 많이 섭취하라는 맥컬럼의 조언을 인용했다.
이는 감귤류 생산 업체들에게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플로리다의 자몽 생산 업체들은 ‘체내에서 알칼리성으로 변하는 자몽은 우리 몸이 공공의 적인 ‘산성혈증’과 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캘리포니아 생산자 조합도 썬키프트 레몬을 광고하면서 맥컬럼의 경고를 인용했다. 광고에서는 ‘산성혈증은 산을 만들어내는 모든 식품, 즉 시리얼, 빵, 생선, 달걀, 고기 등 우리 몸에 좋고 반드시 필요한 식품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산성 과일로 불리는 감귤류 과일이 체내에 흡수되면 산성혈증에 저항하는 알칼리성으로 변화된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광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카툰도 삽입됐다. ‘매니저는 부하 직원 중 하나가 박력이 부족해 매번 승진에서 탈락하자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의사들은 그의 문제가 산성혈증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의 부하 직원 역시 오렌지와 레몬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맥컬럼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질병의 위험성을 부풀려 감귤류 업체들의 캠페인에 많은 힘을 실어 주었다. 그는 1933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식습관과 영양에 관한 저서에서는 아예 한 파트 전체를 할애해 "산성혈증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산성혈증 질병 리스트에는 충치도 올라가 있었고, 이에 대한 그의 조언의 결론은 결국 오렌지 주스를 많이 마시라는 것이었다. 1934년 <페어런츠 매거진>은 ‘아이들의 배탈이 산성혈증 대문’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는 엄마들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기사를 쓴 케네스 로버츠는 "모든 엄마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듯하다. 엄마들은 산성혈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있다."며 결연한 어조로 "새롭게 출간된 몇 권의 식습관 관련 책들을 보고 있자면 몇 장만 넘겨도 두려움이 엄습한다. 내가 만약 산성혈증에 걸린다면, 고통스럽고 불편한 그 어떤 다른 질병보다 단지 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갑작스럽게 심장이 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성혈증 공포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 주장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습관으로 인해 혈액 속에 산 과다가 유발된다’는 맥컬럼의 이론에 의구심을 품은 과학자들이 일부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1930년대 초 간단한 몇 가지 실험을 통해 맥컬럼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1934년 <간호저널>에서는 맥컬럼의 신간에 대한 리뷰 글을 게재하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 즉 이 책에서 언급한 산성혈증은 과학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 독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다른 의학 전문가들은 ‘산성혈증은 단지 희귀한 증상의 하나일 뿐이며, 오렌지 주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산성혈증 공포는 페디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산성혈증 공포를 통해 예상 외의 수익을 올린 감귤류 과일 업체들은 이제 다시 비타민C홍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성과 알칼리성의 불균형을 유발하는 식품을 섭취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맥컬럼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함께 섭취하면 좋지 않은 음식에 대한 과거의 상식들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됐다. 일례로 로버츠가 검토한 식습관 관련 책들 중에는 ‘탄수화물인 구운 콩을 산성 식품인 토마토케첩과 함께 섭취하면 발효 작용이 일어나 치명적인 산성혈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또 어떤 책은 ‘쇠고기는 단백질이고 감자는 탄수화물이므로 소금에 절인 다진 고기와 감자를 볶아 만든 콘비프해쉬는 좋지 않다’고 경고했으며, 그 이유를 ‘바람개비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위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자 먹거리에 대해 특히 귀가 얇았던 자동차 거물 헨리포드는 한동안 아침에는 과일, 점심에는 탄수화물 그리고 저녁에는 단백질만 섭취하는 독특한 식습관을 유지하기도 했다.
선정적인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진행자는 맥컬럼의 콘셉트를 "돌팔이 의사의 식습관 조언 중 단연 압권"이라고 표현했다. 이 프로그램의 한 의학 전문가 패널은 "산성혈증과 중독은 모든 질병의 근본 원인이다. 산성혈증은 함께 섭취하는 식품의 조합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50달러만 지불하면 맥칼럼의 통신 강좌를 통해 식품을 영양소별로 따로따로 섭취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라디오 베테랑으로 포코노 지역에서 포코노 헤이벤 요양원을 운영중이던 윌리엄 헤이는 자신의 저서《식픔을 통한 건강에서 》에서 "모든 지병의 근원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며, 산성혈증이 기력을 약화시키고 지방 축적을 가속화하므로 자신이 제시한 산성혈증 예방 식단을 지키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 주장은 20세기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끈 ‘비벌리힐즈 다이어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