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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간염, 우리가 선진국이라 발병

- 위생가설
- 분변요법

최근 A형간염 관련 기사가 언론에 자주 보도된다. 작년에 A형간염으로 방송을 잠시 중단했던 개그맨 박명수 씨는 A형간염 홍보대사로 위촉됐고,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탤런트 문근영 씨도 A형간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A형간염이 우리나라에서 급증하고 있어서 보건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기사도 있었다.

B형간염, C형간염은 가끔 들어보았을 테지만, A형간염은 아무래도 낯선 병일 것이다. 하지만 A형간염에 대해서 조금만 정보를 알고 나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다.

A형간염은 간의 염증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분변을 통해 입으로 들어가 감염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다. 분변을 일부러 손으로 만지는 사람은 없겠지만, 분변을 통해 체외로 나온 바이러스가 손에서 물건으로 또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생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고, 위생이 좋지 않은 후진국에서 유행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1970년대에는 전체 소아청소년과 입원 환자 중 평균 2.5%는 A형 간염환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위생수준이 좋아지면서 1990년대 중반까지 A형 간염 발생빈도가 아주 줄어들어 의사들조차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질병이 됐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갑자기 감염자가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A형간염 환자 신고 건수는 2005년에 798건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2333건, 2009년에는 1만5041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칫하면 ‘창궐’ 수준이 될 만큼 놀라운 증가세이다. 게다가 사망률도 0.45%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신종플루보다 높은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불과 20년 사이에 우리의 위생 수준이 낮아진 것도 아닐 텐데, 후진국형 질병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오히려 우리가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위생 관념이 철저해지면서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A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릴 때 자신도 모르게 감기몸살처럼 앓고 지나간 다음 면역력이 생겨서 평생 걸리지 않았다면, 근래에는 ‘곱게’ 자라서 면역이 생길 기회가 없었다는 뜻이다. 흰 셔츠가 쉽게 더러워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인구의 A형간염 항체보유율을 보면 연령별 차이가 확연하다. 중년 이후의 인구 집단에서는 80% 가량이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에, 20~30대의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은 20%가 채 안 된다. 20대만 따로 떼어서 보면 4%에 불과하다. 어린이들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A형간염이 줄어들다가 다시 늘어나는 현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어린이가 A형간염에 걸렸을 때보다 성인이 걸렸을 때 그 증상이 더 심하고 사망률도 훨씬 높다. A형간염은 20~30대에게 특히 중요한 질병인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다행히 A형간염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두 번 맞으면 된다. 20~30대라면 항체검사 없이 그냥 백신을 맞으면 되고, 40대 이상의 경우에는 검사를 하여 항체가 없는 경우에만 백신을 맞는다. 어린이들의 경우에도 예방접종을 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아마도 A형간염 항체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항체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30대 미만의 자녀에게는 필히 A형간염 예방접종을 권해야 한다. 아직은 건강보험 혜택이 되지 않아서 한 번 접종에 6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드는데, 보건 당국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