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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로 글리세린 : 폭약 or 치료약


● 다이나마이트의 원료

    

● NO의 역할 : 혈관을 팽창시키다
- 협심증 치료약 : 다이너마이트 공장에서 발견된 특효약
     협심증 환자 - 회사에서는 괜찮은데 주말에 집에 가면 너무 고통스러움
     니트로글레세린의 NO가 혈관 팽창작용을 함 - 협심증 치료약

- 성기능 : 비아그라

노벨상은 스웨덴의 발명가이자 실업가인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11월 27일에 작성한 유서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미리 작성한 유언장에서 한 해 동안 5개 부문에서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을 수여하라고 명시해둔 거죠. 이렇게 해서 제정된 상이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이었습니다. 1969년부터 시상하게 된 노벨 경제학상은 스웨덴 국립중앙은행이 1968년 설립 300주년 기념사업으로 신설한 상으로서, 수상자 선출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하지만 상금은 중앙은행에서 부담합니다. 당시 노벨의 유산 중 약 90%인 3천100만 크로네가 노벨재단으로 귀속되었는데, 이는 그때의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엄청난 액수였습니다. 따라서 노벨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상금도 엄청난데, 올해 상금은 약 1천만 크로네(13억5천만원)로 알려져 있습니다.

183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노벨은 아버지가 세운 니트로글리세린 공장 덕분에 자연히 화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화학자 소브레로가 1847년 글리세린에 초산을 작용시켜 만든 니트로글리세린은 폭발력이 아주 좋았으나, 한 가지 단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안전문제였죠. 휘발성이 아주 강한 이 액체는 흔들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운반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아버지의 공장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노벨은 이와 같은 니트로글리세린의 이상 폭발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니트로글리세린을 운송할 때는 안전을 위해 나무상자에 톱밥을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그러다가 톱밥 대신 규조토라는 물질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규조토는 노벨의 공장 옆에 매장되어 있어 마음대로 퍼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이것을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자를 나르던 직공 한 명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 용기가 깨져 흘러나왔는데도 나무상자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전부 규조토에 흡수되어 버린 거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노벨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규조토를 잘 이용하면 그가 원하는 폭약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 것이었습니다.

규조토란 아주 작은 크기의 규조류라고 불리는 부유성 조류(藻類)의 껍질로 이루어진 퇴적물입니다. 흔히 돌말이라고 불리는 규조류는 수중 생태계의 생산자로서 어패류의 먹이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규조류는 특히 백악기 때 크게 번성했는데, 이때 퇴적되어 두꺼운 지층을 이룬 것이 땅위로 나온 것을 규조토라 합니다. 규조류는 그 껍질의 복잡한 구조로 인해 밀도가 낮고 흡착성이 매우 좋은 특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다공질의 규조토는 자기 무게의 3배에 이르는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수할 수 있으며, 그래도 조금밖에 젖지 않는다는 걸 노벨을 밝혀냈습니다.

더욱이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착한 규조토는 아무리 흔들어도 폭발하지 않는 안전한 성질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뇌관을 사용해서 기폭하면 아주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노벨은 우연히 발견한 규조토를 이용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게 되었던 거죠. 즉, 최초의 다이너마이트는 24.5%의 규조토에 75%의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착시키고 여기에 0.5%의 탄산나트륨을 가하여 고형화시킨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이너마이트는 풀과 같은 성질을 지녀 광산이나 채석장에서 암석을 폭발할 때나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는 데 결정적 힌트를 제공한 규조토는 그 가벼운 특성으로 인해 서기 532년에 세워진 이스탄불의 성당을 지을 때부터 이미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초엽에 들어서면서 규조토의 놀라운 가치는 더 많은 분야에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규조토의 여과 능력입니다. 규조토는 높은 공극률(빈 공간의 비율)과 투수율(물이 빠지는 비율)을 가지고 있어 액체로부터 0.5㎛보다도 적은 입자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규조토는 1920년대부터 액체, 특히 맥주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데 사용되어 왔습니다. 또한 요즘에도 첨가제와 연마제, 단열제 등의 여러 산업 분야에서 규조토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화학적 추출제와 살충제로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한편, 다이너마이트의 또 다른 주성분인 니트로글리세린은 폭약과는 정반대인 의약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당시 서양은 급격한 산업 발달과 군비 경쟁으로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의 생산량은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던 중 노벨의 공장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공장 현장에서 일하는 직공 가운데 협심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주중에는 협심증이 완화되고 일하지 않는 주말에는 증세가 악화된다는 소문이 돌았던 거죠. 이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공장 직공들이 비교적 단맛을 내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작업 중에 무의식적으로 섭취한 데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을 파악되었습니다.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일어나는 빈혈 현상입니다. 심장이 산소 부족을 겪게 되면 가슴에 죄는 듯한 통증이 오게 됩니다. 그런데 니트로글리세린에 무슨 약효가 있기에 협심증 증세가 완화되었던 걸까요. 당시 과학자들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니트로글리세린이 세포 내에서 혈관 조절물질인 산화질소로 변환되어 심장 주위를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을 넓혀주어 협심증 증세를 가라앉힌다고 추측할 뿐이었습니다.

  
그 이후 협심증 예방 및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어 오던 니트로글리세린의 정확한 작용 기작이 밝혀진 것은 지난 2002년이었습니다. 미국 듀크대 의료센터의 스탬러 박사팀은 니트로글리세린이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의 한 효소와 작용하여 산화질소와 관련된 물질로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다이너마이트의 주성분과 협심증의 치료약이 동일 성분이라니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외국 영화를 보면 가끔 공항에서 폭발물을 찾아내는 경찰견이 심장병 환자들의 가방을 찾아내어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해프닝은 폭약 냄새를 찾아내는 훈련을 받은 개들이 협심증 치료제로 사용된 니트로글리세린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서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알프레드 노벨 자신이 바로 협심증 환자였다는 사실입니다. 노벨이 사망하기 1년 전에 미리 노벨상에 관한 유서를 남겼던 것은 자신의 지병인 협심증으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과연 노벨도 생전에 니트로글리세린을 먹었을까요. 오늘날의 노벨상이 있게 한 다이너마이트의 두 가지 주성분은 알면 알수록 신기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