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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 사람, 체질에 따라 다르다

다양성
- 개인 영양학 :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  
- 다이어트 체질마다 다르다

개인영양학시대 열린다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147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식품의 식후 당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 결과  식후 당반응을 예상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식품의 탄수화물 함량을 토대로 식단을 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셀’ 11월 19일자 논문에서

지난 2000년 인간게놈 초안이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개인 게놈에 기반한 개인의학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흥분했다. 실제로 그 뒤 게놈분석비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제 1000달러면 게놈을 해독하는 시대가 됐다.
개인정보유출 등 윤리문제로 일반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암환자 치료 등 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개인게놈에 기반한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는 의사가 선호하는 항암체를 투여한 반면 지금은 환자의 암세포 유전자를 조사해 최적의 항암제를 선별해 투약하는 추세다. 앞으로 개인의학이 보편화되면 약효는 높고 부작용은 낮은 치료를 받고 싶은 모든 환자들의 꿈이 현실화될 것이다.


혈당관리가 중요하지만…

이런 개인맞춤형 웰빙 트렌드가 영양 분야에서도 활짝 열릴 전망이다. 학술지 ‘셀’ 11월 19일자에는 개인영양학을 이용해 혈당조절식단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임상연구결과가 실렸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연구자들은 탄수화물 함량과 혈당지수에 기반한 기존 식단설계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영양학을 개척했다.
혈당은 당뇨병을 비롯해 각종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예측하는 주요 인자다. 따라서 혈당수치가 급격히 오를 수 있는 식품은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혈당지수는 특정 식품을 섭취한 직후 나타나는 혈당수치의 변화를 나타내는 수치다. 상식적으로 당 또는 탄수화물을 많이 함유한 식품이 혈당지수가 높을 것이다. 실제로 청량음료나 쌀밥, 빵, 감자 같은 식품은 혈당지수가 높다.
이들 데이터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모아 분석한 평균값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에 따라 특정 식품에 대한 혈당지수의 편차가 꽤 크다는 것. 혈당지수가 높다고 해서 감자를 잘 안 먹는 사람에게 막상 감자를 먹게 하고 측정을 해보면 별로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똑같은 식품이 어떤 사람에게는 혈당지수를 높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낮추기도 한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개인에 따라 혈당조절에 어떤 식품이 좋고 어떤 식품이 나쁜지 파악해서 맞춤형 건강식단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논문은 이런 개인영양학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 앱에 실시간 데이터 입력

연구자들은 이스라엘 성인 평균을 대표하는 임상참여자 800명을 뽑았다. 즉 54%는 과체중이고(체질량지수 25 이상) 22%는 비만(30 이상)이다. 참여자들은 피부아래 당수치를 측정하는 장치를 부착하고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식단과 수면, 운동 등 각종 생활지표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장치가 기록한 식후 당반응(PPGR)은 혈당수치와 거의 같은 맥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개인에 따른 특정 식품의 혈당지수인 셈이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결과를 얻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개인에 따른 최적의 식단을 제안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또 참여자들의 대변시료를 얻어 장내미생물의 분포도 분석했다.
데이터를 분석하자 예상대로 특정 식품에 대한 평균 식후 당반응은 대체로 그 식품의 혈당지수와 같은 패턴이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서는 편차가 컸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 함량이 똑같이 20그램인 바나나와 쿠키에 대해, 한 사람은 바나나를 먹을 때 혈당수치가 올라가고 쿠키를 먹을 때는 변화가 없는 반면 다른 사람은 정 반대의 패턴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개인에 따른 유전과 생리, 생활습관, 장내미생물분포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해석했다.

 
탄수화물 함량이 같은 바나나와 쿠키에 대한 식후당반응이 개인에 따라 정반대 패턴을 보인다. 참가자 445번은 바나나(노란선)에 민감한 반면(위), 참가자 644번은 쿠키에 민감하다.  ⓒ 셀

너에게 좋다고 나에게도 좋은 건 아냐

연구자들은 이런 정보를 토대로 만든 최적의 식단제안프로그램이 정말 실효성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별도로 참가자 100명을 모아 임상에 들어갔다.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데이터를 제공한 기존 참가자로 실험할 경우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 참가자들이 일주일 동안 동일한 과정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넣자 각자의 혈당관리에 좋은 식단과 나쁜 식단이 나왔다. 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은 좋다는 식단에서 골라 식사를 했고 일주일 동안은 나쁘다는 식단을 위주로 먹었다.
그 결과 실제로 프로그램이 좋다고 예측한 식단을 먹었을 때는 혈당관리가 잘 된 반면 나쁘다고 예측한 식단을 먹었을 때는 혈당관리가 안 됐다. 즉 나한테 어떤 식품이 좋고 나쁜지 한 번 스크린을 하면 그 뒤 나에게 좋은 식품 위주로 식단을 설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기존의 시스템, 즉 개별 식품의 혈당지수에 따른 일률적인 식단 설계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즉 프로그램이 제안한 혈당관리에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은 그 식품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사람에 따라 결정된다. 즉 피자나 감자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식품이, 어떤 사람에게는 나쁜 식품이 된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분류된 식품을 먹을 경우 장내미생물의 조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즉 일주일 동안 혈당관리에 좋은 음식을 먹고 나면 로제부리아 이눌리니보란스(Roseburia inulinivoans), 유박테리움 엘리겐스(Eubacterium eligens),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Bacteroides vulgatus) 같은 미생물이 늘어나다. 당뇨병 환자들에서는 이 녀석들의 수치가 낮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반면 비만인 사람들의 장에 많이 사는 비피도박테리움 아돌레슨티스(Bifidobacterium adolescentis)는 줄어든다. 결국 혈당조절에 좋은 식품은 장내미생물 분포에도 영향을 미쳐 각종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동일한 식품이라도 사람에 따라 혈당관리에 좋다고 제안하기도 하고 나쁘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피자의 경우 참가자 E3와 E6에게는 좋은 음식(녹색)이지만 참가자 P6, E8, P8, P12에게는 나쁜 음식(빨간색)이다. hummus(후무스)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아랍음식이고 schnitzel(슈니첼)은 독일권의 고기요리다. ⓒ 셀

개인의 취향을 무시한 채 좋고 나쁜 걸 국가가 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전체주의는 이제 누구나 눈살을 찌푸릴 과거유산이 됐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몇몇 전체주의 나라들이 웃음거리인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 실생활에는 여전히 전체주의적 사고의 유산이 많이 남아있다. 그것도 ‘과학’의 이름으로.
물론 대부분이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현실적으로 통계에 기반한 평가가 최선이기 때문인 면이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측면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런 권고사항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는 건 문제 아닐까.
아울러 “이건 이래서 몸에 좋다” “저건 저래서 몸에 나쁘다” “이걸 먹었더니 암이 나았다” 등 요즘 많은 건강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설사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얘기지 일반화해 나에게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머지않은 미래에 개인영양학의 혜택을 받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 피하 지방에 따른 분류
피크니커형
키가 작고 뚱뚱하며 피하지방이 많아 체온이 잘 올라간다. 추위에 강하고 더위에 약하다
소화력이 좋도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으므로 식사간격이 길어도 잘 견딘다
피하지방을 축적했다가 활용하는 능력이 우수하여 식량부족이 빈번한 환경에 유리하다

렙토조머형
키가크고 말랐으며 피하지방이 적어 체온이 잘 떨어진다.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하다
소화력이 떨어지므로 적은양을 자주 먹어야하고 군것질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더운 지방에서 생존하기 유리하다

* 근육량에 따른 분류
아트레티커형
근육질에 운동을 좋아하며 반드시 일정시간 이상 운동을 해야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개운하지 않고 체력이 떨어진다
격한 운동이나 강한 마사지, 높은 온도의 사우나를 즐기며 몸에도 좋다

하이퍼프라스티커형
근육량이 적어 운동을 싫어하고 굳이 일정하게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체질
산책정도로도 충분하고 낮은 온도의 사우나를 좋아하고 몸에도 맞다

과식의 유형및 대응법

에이멘 박사가 분류한 과식의 유형은 △강박 과식 △충동적 과식 △강박-충동적 과식 △ △정서적 과식 △걱정 과식 등 모두 다섯 가지다. 이들 다섯 가지 과식은 모두 서로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다르다. 따라서 무작정 덜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천편일률적인 다이어트 방식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에이멘 박사의 주장이다.

강박 과식자는 항상 뭔가를 먹고 싶어 하는 집착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는 고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꾸리는 황제 다이어트의 효과가 거의 없다. 고단백 음식이 오히려 음식에 집착하는 성향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박 과식자들은 오히려 탄수화물 음식을 먹는 것이 더 좋다. 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물질이 뇌에서 많이 분비되는데 세로토닌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 세로토닌의 역할 덕에 강박 과식자들은 ‘뭔가를 먹고 싶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충동적 과식자들은 탄수화물 음식을 피해야 한다. 충동적 과식자들은 평소에는 음식을 잘 참다가 어느 순간 기분이 과하게 좋아지거나 나빠지면서 폭식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분을 고조시키는 세로토닌은 오히려 과식을 유발하는 뇌관 역할을 할 수 있다. 충동적 과식자들은 닭고기 등 육류 위주로 식단을 짜 도파민 분비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파민은 사람을 안락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순간적으로 기분이 고조돼 폭식을 하는 충동적 과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