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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 과일도 베리도 아니다

딸기
-품종, 산지
-성분, 향기성분
-이용, 음식궁합

딸기의 기원

재배종 딸기인 Fragaria×ananassa Duch.는 북아메리카 동부지역 원산의 Fragariavirginiana와 남아메리카 칠레 원산의 Fragaria chiloensis 가 18세기 무렵 유럽에서 교잡되면서 비롯되었다. 그 후 약 200년간 개인 육종가에 의해 딸기의 유전적 개량이 진행되어 왔으며, 최근 75년동안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정부 주도하에 개량속도가 가속화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재배종 딸기는 소수의 유전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핵형 및 세포질이 다양하지 못하므로, 최근 야생유전형질의 도입에 의한 딸기의 재창출이 시도되고 있다. 재배종 딸기가 일본에 전래된 것은 19세기초였으며, 국내로 들어온 것은 20세기 초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으로는 1960년대에 수원 근교에서 대학1호를 재배한 것이 그 시초이다.
딸기는 전세계적으로 기본 염색체수가 7개(2n=14)인 야생종이 17종이 있으며, 그 중 2배체 9종, 4배체 3종, 6배체 1종, 8배체 4종이 있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Fragaria×ananassa Duch. 는 8배체에 속한다.

Strawberry history goes back over 2200 years ago. It is thought that the name "strawberry" came from the practice of growers spreading a layer of straw around the plants when the berries begin to form, or from the sellers who strung berries on pieces of straw to carry them to market. The 600 strawberry varieties found today stem from five or six original wild species, and are a member of the rose family. The wild, small, fragrant forest strawberry of Europe was available to the Romans in the Middle Ages. Europeans discovered wild strawberries in Virginia when their ships landed there in 1588, grown by local American Indians who had cultivated strawberries as early as 1643. When Virginia sent a better flavored, strawberry to England in 1642, and a large white strawberry from Chile was introduced in 1806, the big fruit we know today, emerged. Nurseryman, Michael Keens, exhibited his sensational modern strawberry that combined size, flavor, and color at the Horticultural Society in 1826. Strawberries are very unique, because they are the only fruit with seeds on the outside. Strawberry plants make great groundcover in flowerbeds, or edging in the vegetable garden.


딸기는 과일도, 열매도, 베리도 아니다
[출처] 딸기는 과일도, 열매도, 베리도 아니다 Fragaria × ananassa|작성자 프룻티어
http://blog.naver.com/fruiteer/220313148019

 

지난 백 년 간,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과일은 아마 딸기일 겁니다. 2011년 딸기의 단일 생산량은 다른 모든 식용베리 생산량을 합친 것의 두 배에 달합니다. 미국에서 딸기 소비량은 1970년 이후 30년 간 두 배가 증가했지요. 이제 생딸기 섭취량은 바나나, 사과, 수박, 포도에 이어 다섯 번째 (USDA, 2012)를 차지합니다. 다른 과일들이 오랜 시간 인류의 곁에 머물면서 익숙해졌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경작한 지 250년 밖에 지나지 않은 딸기는 정말 무섭게 성장하는 루키입니다.
딸기는 식물학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일 중 하나입니다. 현대 식물학과 생태학, 계통학의 발전이 딸기를 둘러싸고 발전되어 왔지요. 딸기의 이름은 스트로베리지만 사실은 베리가 아니고, 분류상 과일이 아니라 채소이며, 발생학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알고 있는 딸기는 열매가 아니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맛있는 과일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데에는 딸기의 공도 아주 컸습니다. 딸기에 대한 관심은 아마 앞으로도 수 십년은 족히 더 뜨거울 겁니다. 아직 우리는 이 녀석에 대해 알아내야 할 것이 아주 많습니다.

 
딸기는 계속해서 덩굴을 뻗어 식민지를 건설해 나갑니다. 이렇게 '기는 줄기'를 포복경(runner)이라고 합니다. 줄기에서 뿌리가 생겨나면 새로운 개체가 됩니다(daughter). 딸기는 수분하기도 쉽지 않고 종자의 번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포복줄기로 재배합니다. 사진

로마와 그리스의 정원에서 딸기의 조상 격인 Fragaria vesca를 기른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F. vesca는 17세기 신대륙 품종이 건너오기 전까지 유럽에서 주로 자생하던 종이었습니다. 머스크 향이 나는 그린 스트로베리(F. moschata)도 15세기 후반까지 영국, 독일 러시아 등지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중세에는 “뱀과 두꺼비가 딸기 위로 기어다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식용으로 부적당하다”고 생각해, 딸기를 먹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캐나다 동부 및 버지니아에 자생하던 F. virginiana가 17세기 유럽으로 들어오면서 딸기 품종의 교체가 시작됩니다. 이 품종은 Jacques Cartier가 가장 먼저 들여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나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딸기를 기르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에 처음 들어온 것은 야생종이었습니다. 한편 칠레 품종인 F. chiloensis도 프랑스 스파이였던 Amedee Frezier에 의해 18세기 초반 유럽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이 딸기는 칠레 Mapuch의 토착종으로, 약 1,000년간 칠레인들에 의해 재배되다가 스페인 식민시절 널리 퍼집니다.
헌데 유럽에 들어온 칠레 딸기는 몇 년이 지나도록 과실을 맺지 못합니다. 사실 오늘날 재배하는 딸기종을 포함해 대부분의 식물은 자웅동체이지만, 자연상태에서 약 6% 가량이 암수이형체인데, 이 초기 야생종 딸기들도 그러했습니다. 꿩이나 공작처럼 딸기도 암수의 형질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Frezier는 이를 알지 못하고 하나의 덩굴만 가져왔던 것입니다.

이 열매 맺지 못하는 딸기는 곧 식물학자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1750년대, 재배자들이 딸기에 암술만 달린다는 사실을 알렸고, 식물학자들은 F. vesca 종을 가져다 수분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들이 실패하는 사이, Phillip Miller가 1759년, F. virginiana와 F. chiloensis를 교배해 "Pine strawberry"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가든 스트로베리의 시작입니다. Pineberry는 흰색 과육에 파인애플 향이 나는 딸기로, 현대의 Fragaria × ananassa와 똑같은 종간 교배를 통해 만들어 졌습니다.
도무지 풀리지 않던 딸기의 이론적 비밀은 19살 Antoine Nicolas Duchesne에 의해 풀리게 됩니다. 1766년 저작 Histoire Naturelle des Fraisiers에서 이 소년은 딸기에 대한 당대의 지식을 집대성하고, 종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록하는데, 이것은 오늘날 계통발생의 단초가 됩니다. 이 책에서 딸기 암수꽃의 미묘한 차이를 묘사한 그는, 실제로 칠레 딸기 암꽃과 그린 스트로베리(F. moschata)를 수분시켜 보입니다.  
한편 Duchesne는 F. vesca와 F. chiloensis의 수분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를 탐구 합니다. 반세기 후에야 Fragaria 염색체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2배체의 F. vesca와 8배체인 칠레종의 교배가 불가능했던 이유가 밝혀집니다. 결과적으로 딸기는 암수동체와 암수이체 간 변이과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유전적 배수성에 따른 교배법칙을 알려주게 됩니다. 이러한 유전적 다양성 뿐 아니라, 기르기도 쉽고 유전자 분리 분석이 쉬운 덕택에, 지금도 딸기는 생태와 진화 연구의 교본이 되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딸기씨'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진짜 이 식물의 열매입니다. 바삭하게 마른 과육 안에 딸기의 종자가 들어 있습니다. 사진

딸기는 왜 Straw-berry일까요. 보통은 '추운 날에 얼지 말라고 짚단straw을 덮어주었다'고 서술하는 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UCLA의 Mildred Mathias 식물관에 의하면, 고어에서 'to straw'는 '흩뿌리다, 퍼지다'란 뜻입니다. 딸기가 러너를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우리가 먹는 딸기는 사실 꽃받기가 발달하여 생긴 헛열매(accessory fruit)입니다. 발생학적으로 과일은 딸기씨라고 부르는 부분으로, 단단한 껍질처럼 변한 과육 안에 딸기 종자가 들어 있습니다. 이런 과일을 수과Achene라고 하며, 해바라기나 메밀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한편 일본 식물학의 영향을 받은 한국에서는 목본식물의 열매만을 과일로 정의하기 때문에, 딸기나 참외 등 초본식물의 열매는 채소로 구분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사실 유럽에서는 일상 용도에 따라 과일을 정의하며, 이 기준에서 딸기는 당연히 과일이 맞습니다. 별반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이 논쟁은 미국의 관세법 때문에 생겼습니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채소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과일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수입된 토마토에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까지 벌어졌던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 식물학이 딸기나 수박 등을 어렵사리 '열매채소'로 분류하는 걸 보면, 법이나 이론이라는 것이 꼭 합리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딸기의 학명은 라틴어 '향기fragum'에서 유래합니다. 신선한 딸기의 향은 모두가 사랑해 마지 않는 아름답고 우아한 향이지만, 아쉽게도 수확한 지 일주일이면 대부분 사라져 버립니다. 보관과 유통이 유독 어려운 과일이어서, 그동안 딸기에 대한 개량은 모두 과육을 튼튼하게 하거나 크게 만드는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도 딸기의 당도나 향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지요. 오랜 세월 경작해온 다른 과일들과 달리, 유독 딸기의 당도와 향이 약했던 이유입니다.
딸기의 당도를 높이고 향을 더욱 강하게 증진하는 유전적 연구와 더불어, 또 하나 정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럴듯한 인공 딸기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딸기맛은 천연 딸기와는 전혀 다른 맛이지요. 천연 딸기는 과일 자체가 가진 향이 약해서 풍부한 향을 내기 힘듭니다. 딸기의 천연향은 음료 산업에서 앞으로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연 딸기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맛입니다. 얼음을 조금만 넣어도 싱거워지는 딸기를 가지고 내추럴한 느낌 가득한 딸기 음료를 만들기는 힘듭니다. 딸기의 신맛은 시간이 지나면 급격히 손실되기 때문에, 내추럴함을 오래 유지하려면 레몬 등을 이용해 신맛을 살짝 첨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약한 향은 딸기 크러쉬로 보완해주면 됩니다. 딸기 과육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오스터버그 딸기 크러쉬는 다른 딸기 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줍니다.

* 참고
Aaron Liston, "Fragaria : a genus with deep historical roots and ripe for evolutionary and ecological insight" (2014)
Kevin M, Genetics and Genomics of Rosacea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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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딸기가 지구를 한 바퀴 돈 사연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트위터네이버밴드구글플러스2019년 03월 19일 15:00이메일보내기프린트하기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딸기는 100여년 전에 처음 한국에 소개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작은 야생딸기가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지구를 한바퀴 돌아 큼직한 재배딸기가 돼 돌아온 셈이다.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딸기는 100여년 전에 처음 한국에 소개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작은 야생딸기가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지구를 한바퀴 돌아 큼직한 재배딸기가 돼 돌아온 셈이다.게티이미지뱅크
“이게 정녕 딸기란 말이냐?”
“예. 전하.”
“어찌 이리 크고 탐스러운가. 도대체 이 딸기가 어디서 났느냐?”
“칠레에서 가져온 딸기의 꽃에 사향딸기 꽃가루를 묻혀 얻은 것이옵니다.”
“대단하구나. 앞으로도 딸기 연구에 매진하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1764년 7월 6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접견실에서 루이 15세는 열일곱 살로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젊은 식물학자 앙투안느 니콜라 뒤셴(Antoine Nicholas Duchesne)이 가져온 딸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즐겨 먹던 숲딸기나 사향딸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왕의 칭찬에 힘을 얻은 뒤셴은 본격적으로 딸기 연구에 뛰어들었고 십수 년 전부터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역에서 자신이 만든 딸기만큼 크면서도 향이 더 뛰어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셴은 이 딸기가 18세기 초 칠레서 들여온 딸기(자신이 쓴)와 16세기 북미에서 들여온 버지니아딸기를 교잡해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이 딸기에 ‘프라가리아 x 아나나싸(Fragaria x ananassa)’라는 학명을 붙여줬다. 학명 가운데 x는 잡종을 가리키고 ananassa는 파인애플을 뜻한다. 과일 생김새가 파인애플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향도 이국적이었기 때문이다.



1764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투안느 니콜라 뒤셴은 자웅이체로 암그루만 있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칠레딸기의 꽃 암술에 사향딸기의 꽃가루를 묻혀 열매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당시 뒤셴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오른쪽 아래 큼직한 딸기가 보인다.
1764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투안느 니콜라 뒤셴은 자웅이체로 암그루만 있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칠레딸기의 꽃 암술에 사향딸기의 꽃가루를 묻혀 열매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당시 뒤셴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오른쪽 아래 큼직한 딸기가 보인다.
이보다 한 세대 앞서 현대 분류학 체계를 만든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린네는 딸기에 프라가리아라는 예쁜 속명(屬名)을 지어줬다. Fragaria는 ‘달콤한 향기’를 뜻하는 라틴어 ‘fragrans’에서 만들었다. 당시 린네가 학명을 지어준 딸기는 유럽에 자생하는 숲딸기(F. vesca. 이하 속명을 약자(F.)로 표기한다)로 14세기 이래 재배되고 있었다. 산딸기만한 숲딸기는 작고 과육도 약했지만 향이 좋았다. 참고로 산딸기는 야생 딸기의 하나가 아니라 산딸기속(Rubus) 식물이다.



파인애플딸기가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숲딸기와 사향딸기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리가 즐겨 먹는 딸기가 세상에 나온 건 길어야 300년이고 본격적으로 재배된 건 250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2011년 숲딸기 게놈 해독



유라시아에 자생하는 숲딸기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재배하기도 했다. 손가락을 보면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
유라시아에 자생하는 숲딸기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재배하기도 했다. 손가락을 보면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
20세기 들어 유전학 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식물학자들이 딸기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딸기의 게놈이 무척 복잡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딸기속(屬) 20여 종의 염색체 숫자가 제각각이어서 적게는 14개에서 많게는 70개까지 종잡을 수 없었다. 우리가 먹는 딸기는 56개였다. 이는 파인애플딸기가 8배체(8x=56)라는 말이고 최대 네 가지 2배체(2x=14) 딸기가 조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을 비롯해 대부분의 생물은 게놈이 2배체, 즉 염색체 한 쌍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감수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분리되지 않아 2배체인 생식세포가 만들어지면 3배체 또는 4배체(양쪽 다 이런 경우) 게놈을 지닌 수정란이 생긴다. 이 경우 발생과정에서 동물은 대부분 죽지만 식물은 종종 살아남는다.



2011년 미국 노스텍사스대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공동연구자들은 숲딸기의 게놈을 해독해 학술지 ‘네이처 유전학’에 발표했다. 8배체인 파인애플딸기의 게놈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먼저 참조할 게놈으로 2배체 종들 가운데 딸기의 조상이 확실시되는 숲딸기를 선택한 것이다.

숲딸기의 게놈은 2억4000만 염기로 작지만(사람은 32억 염기다) 유전자는 3만4809개로 추정돼 전형적인 식물의 범위에 들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향기 분자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로 밝혀졌다.



2014년 일본과 중국의 공동연구자들은 파인애플딸기의 게놈을 해독해 학술지 ‘DNA 연구’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2배체 야생 딸기 네 종의 게놈도 해독해 앞서 숲딸기 게놈과 함께 비교했다. 그 결과 숲딸기의 직계조상과 함께 일본 고유종인 F. iinumae의 직계조상이 파인애플딸기 게놈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8억 개가 넘는 염기에서 6억6000만 염기만 해독했고 품질도 좋지 않아 나머지 부분은 알아내지 못했다.



동아시아에서 여정 시작



딸기의 여정을 지도 한 장에 담았다. 수백만 년 전 동아시아에서 2배체(2x)인 흰땃딸기(F. nipponica. 이하 직계조상을 의미)와 F.iinumae 사이에서 4배체(4x) 자손이 나왔다. 그 뒤 이 4배체와 2배체인 F.viridis 사이에서 6배체(6x) 자손(사향딸기(F. moschata)이 나왔다. 북미로 건너간 사향딸기가 2배체인 숲딸기(F. vesca ssp. bracheata)를 만나 8배체(8x) 자손이 나왔고 북미 동부의 버지니아딸기(F. virginiana)와 남미의 칠레딸기(F. chiloensis)로 진화했다. 각각 16세기와 18세기 유럽으로 건너간 두 종으로 프랑스 육종가들이 만든 파인애플딸기(F. x ananassa)는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소개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네이처 유전학
딸기의 여정을 지도 한 장에 담았다. 수백만 년 전 동아시아에서 2배체(2x)인 흰땃딸기(F. nipponica. 이하 직계조상을 의미)와 F.iinumae 사이에서 4배체(4x) 자손이 나왔다. 그 뒤 이 4배체와 2배체인 F.viridis 사이에서 6배체(6x) 자손(사향딸기(F. moschata)이 나왔다. 북미로 건너간 사향딸기가 2배체인 숲딸기(F. vesca ssp. bracheata)를 만나 8배체(8x) 자손이 나왔고 북미 동부의 버지니아딸기(F. virginiana)와 남미의 칠레딸기(F. chiloensis)로 진화했다. 각각 16세기와 18세기 유럽으로 건너간 두 종으로 프랑스 육종가들이 만든 파인애플딸기(F. x ananassa)는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소개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네이처 유전학
학술지 ‘네이처 유전학’ 3월호에는 딸기의 고품질 게놈을 해독해 그 기원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미시간주립대를 비롯한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최신 분석기술을 써서 딸기 게놈의 99%인 8억548만 염기를 해독했다. 그 결과 8배체 게놈에 기여한 2배체 네 종을 모두 밝혀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수백만 년 전 동아시아에 자생하던 두 2배체인 F. iinumae(직계조상을 의미)와 흰땃딸기(F. nipponica) 사이에서 4배체 딸기가 나왔다. 아쉽게도 오늘날 이 4배체 딸기의 직계후손은 없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찾지 못했다. 참고로 흰땃딸기는 한반도와 일본에 분포하는 야생 딸기다.



그 뒤 이 4배체 딸기가 유라시아에 자생하는 2배체 딸기인 F. viridis와 만나 6배체 자손인 사향딸기(F. moschata)가 나왔다. 6배체 딸기는 당시는 육지로 연결된 베링해를 건너 북미에 자생하는 숲딸기를 만났고 여기서 8배체 딸기가 나왔다. 이게 100만 년도 더 된 시절의 일이다.

숲딸기는 유라시아와 북미에 걸쳐 폭넓게 분포하는데, 지역에 따라 특성이 꽤 달라 네 개의 아종(subspecies. 약자로 ssp.)으로 분류한다. 2011년 게놈을 해독한 숲딸기는 유라시아에 자생하는 아종(F. vesca ssp. vesca)으로 일명 알프스딸기로 불린다.



그런데 파인애플딸기 게놈을 정밀하게 분석해보니 이 아종의 직계조상이 아니라 북미에 자생하는 아종(F. vesca ssp. bracheata)의 직계조상이 게놈을 물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얘기지만 이 아종을 참조게놈으로 선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늦어도 100만 년 전에 등장한 8배체 딸기는 이후 북미 동부에 자리 잡은 버지니아딸기(F. virginiana)와 남미에 진출한 칠레딸기(F. chiloensis)로 진화했다. 버지니아딸기는 향이 뛰어나고 칠레딸기는 과일이 크다. 그리고 수십만 년이 지나 유럽인이 아메리카에 진출하면서 각각 16세기와 18세기 유럽으로 가져갔고 18세기 초중반 프랑스에서 이들을 부모로 해서 둘의 장점을 물려받은 파인애플딸기(F. x ananassa)가 태어난 것이다.



파인애플딸기가 한국에 소개된 건 100여 년 전이다. 작은 야생 딸기(흰땃딸기의 직계조상)가 수백만 년 전 시작한 여정이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큼직한 재배 딸기가 돼 먼 조상의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숲딸기 게놈이 우세



수많은 딸기 품종 가운데는 과일의 빨간색이 연하거나(가운데) 거의 없는(왼쪽) 종류도 있다. 이는 빨간 색소인 안토시아닌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으로 밝혀졌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수많은 딸기 품종 가운데는 과일의 빨간색이 연하거나(가운데) 거의 없는(왼쪽) 종류도 있다. 이는 빨간 색소인 안토시아닌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으로 밝혀졌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흥미롭게도 2배체 딸기 네 종의 게놈이 8배체인 파인애플딸기의 게놈에 동등하게 기여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가운데 마지막으로 합류한 북미 원산 숲딸기의 유전자가 다른 종들에 비해 20%쯤 더 많았다. 특히 과일의 향기와 맛, 색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지배했다.



주요 향기 분자인 제라닐아세테이트(geranyl acetate)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89%, 달콤한 과당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95%, 빨간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89%를 숲딸기 게놈이 맡았다.



루이 15세를 깜짝 놀라게 했던 큼직한 크기를 부여한 칠레딸기는 18세기 초 칠레에서 프랑스로 가져간 종이다. 이 딸기는 야생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재배한 딸기로 보인다. 수백 년에 걸쳐 과일이 커지게 품종을 개량했다는 말이다. 남미에서는 유럽인이 들어오기 수백 년 전부터 흰딸기도 재배했다고 한다.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흰딸기 품종이 안토시아닌 색소를 합성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결과임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한참 딸기 얘기를 쓰다 보니 딸기가 듬뿍 올라간 생크림케이크와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