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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장수

훈자마을의 신화



성경의 인물 중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누구일까?
아담은 930세를 살았고 노아 할아버지는 950세를 살았다. 그런데 노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였던 므두셀라 할아버지는 969세를 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창세기 7장에 보면 과거 세상에는 아주 큰 홍수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홍수는 전세계를 뒤덮은 큰 홍수였다. 홍수 이후 사람의 수명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홍수는 이 세상을 완전하게 바꾸어버렸다. 사람의 수명은 홍수 이후로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성경에 기록된 홍수 이전 인물들의 평균 나이는 912세였다.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장수의 기록은 허풍이 많았다
- 훈자마을 목동 :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이름이 같다. 죽은 할아버지 대신 손자가 ...
-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출생신고 조사에서 거짓말을 하였다.


직업별 수명의 차이
- 운동선수 보다 종교인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김종인 교수의 연구인데, 10년 전에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이번에 또다시 발표를 했다. 이번 연구 자료는 사회저명인사를 중심으로 일간신문 부고기사에서 수집했다고 한다. 대상자들이 유명인사에 편중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있다. 또 수집된 자료가 유명인사에 편중돼 그 직업 전체를 대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는 제쳐 두고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있는 연구가 아닐까 싶다.
  
1위는 종교인(평균 82세)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도 종교인이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종교인을 승려, 성직자, 목사, 수녀, 신부 등으로 정했는데 알다시피 이 분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되는 술, 담배 등 나쁜 생활습관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장수의 요건 중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데, 종교인들은 일단 가족관계와 금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스트레스가 있다손 쳐도 기도와 수양을 통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기 때문에 가장 장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2위는 교수였다.
평균 79세인데, 이 결과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임용되는 과정은 힘들어도 한번 교직을 시작하면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 직장이니 말이다. 스트레스가 비교적 적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으며 젊은 학생들과 생활한다는 점이 장수의 비결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교수 사회는 연구실적 평가가 엄격해지고, 승진심사, 정년 보장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니 10년 뒤에도 계속 2위를 유지할는지는 알 길이 없다.

3위는 정치인이었다.
스트레스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정치인의 수명이 길다니 의외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종류별로 다르다. 수명을 줄어들게 할 정도로 강한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는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스트레스다. 사업가라면 회사 운영이 어려워 부도 위기에 처하는 상황, 주부라면 남편이 외도를 해서 이혼 위기에 처하는 상황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해서 그렇게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잘은 모르지만 수명이 줄어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이다. 조사 대상자가 유명인사, 즉 성공한 정치인들이라는 점도 이번 연구에서 정치인의 수명이 길게 나타난 원인일 것이다. 선거에 나갔다가 낙선해서 가산을 탕진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일찍 사망한 분들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데 이런 분들은 이번 연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인, 법조인, 고위공직자 등이 상위에 포진한 것도 납득이 간다. 직업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지만 대부분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저 직업적 스트레스일 뿐이다. 사업과 일을 수행하면서 받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술인들은 10년 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중위권을 차지했다. 사실 예술인들은 장수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작이나 공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나쁜 스트레스는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은 훌륭한 장수의 조건이다. 더구나 악기 연주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예술 활동은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뇌기능 노화방지에 좋다. 피카소는 90세 이상 살았고, 현대의 많은 화가와 음악가들이 장수하는 것을 보면 예술은 장수에 도움을 준다.
  연예인도 직업별 수명의 조건은 예술인과 비슷하지만, 이번 결과에서 최하위권으로 랭크됐다. 더욱 치열해진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암, 심장병 등으로 인한 조기사망이 평균을 많이 깎아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고사를 제외했다고 하는데 최근에 유난히 많았던 연예인 자살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등을 포함시킨다면 평균 수명은 더 떨어질 것이다.
  언론인은 10년 전 67세에서 평균 72세로 5세 길어졌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 불규칙한 생활, 흡연, 과음 탓으로 보인다.  
  체육인이 10년 전의 67세에서 이번엔 69세로 꼴찌에서 두 번째에 랭크됐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특수 상황 때문이라 생각된다. 적당한 운동은 가장 좋은 장수법 중의 하나인데 운동을 많이 한 체육인들의 수명이 짧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장거리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선수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6년, 단거리 선수나 역도 선수처럼 파워스포츠 선수들은 1년 정도 수명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운동선수들 특히 신문 부음기사에 나올 정도로 성공한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나치게 많은 운동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적당량을 넘은 지나치게 많은 운동은 해로울 수가 있다는 소리다.
  
  나라별로 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일본(82.3세)보다 2세 짧다. 10년 전 5세 차이에서 격차가 많이 줄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별 평균수명은 민족적 특성보다는 경제력과 직결된다. 대부분 선진국이 평균수명이 길다. 우리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북한은 평균수명이 63.8세다.
  
  
    
  단순 노무직의 수명 평균보다 높아
  
  삼육대 천성수 교수가 통계청이 낸 <1999년 간이 생명표와 경제활동 인구연보>와 그해 사망자 24만6천명의 사망 신고서상의 평생 주 직업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가 있다.  
  남성 고위 관리직의 평균수명이 77.7세, 기능ㆍ기계직이 77.2세, 기술직이 76.7세, 단순 노무직이 75.3세, 판매ㆍ서비스직이 74.5세였다. 사무직은 68.8세, 농ㆍ어업직이 66.1세로 평균수명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소득수준과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전문직이 단순직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노무직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은 다소 의외다. 아마도 노동을 통해 신체활동을 활발하게 한 것이 운동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신체활동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농ㆍ어업직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농어촌 지역에 간 질환자가 많은 것을 생각할 때 과음의 영향이라고 추측된다. 의료혜택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사무직의 수명이 짧은 것은 외국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소견이다.
  
  미국 텍사스대학 보건과학센터 벤저민 에믹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자기 업무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가 거의 없고 상사가 지시하는 일만 하는 직장인은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43% 높고, 퇴직 후 10년 동안의 사망확률도 3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믹 박사는 그 이유로 수동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하고, 스스로 흥미를 갖지 못하는 직무는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업무가 단순하며 늘 지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좀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업무에 임해 보자. 업무 능력이 좋아져서 연봉이 올라가고 수명까지 연장된다면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사실 평균수명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을 받은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세계보건보고서 2001>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평균수명에 이어 건강수명에서도 73.8세로 1위를 차지했다. 소식(小食)과 노화방지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주 요인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 분야 지출규모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13%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67.2세로 일본에 비해 무려 6.6세 정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식생활을 비롯한 나쁜 생활습관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대수명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최대의 수명을 말한다. 즉 유전적으로 좋은 형질을 타고난 사람이 사고를 피하고 여러 가지 질병을 잘 피해 끝까지 장수할 수 있는 수명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최대수명을 약 120세로 생각한다. 여기에는 근거가 있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이 성장기의 7배를 산다는 ‘7배 법칙’이 그것이다. 인간의 성장은 17~18세경에 끝나므로 120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누구이며 몇 살까지 살았을까? 우리의 가능성을 말해 주는 대목이므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조부인 므두셀라는 969세까지 살았다고 하고 창세기에 나오는 많은 사람이 몇백 살을 살았다고 쓰여 있지만 확인해 볼 수가 없으니 논외로 치는 수밖에 없다. 스카치 위스키 올드파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영국사람 토마스 파는 152세까지 살았다고 전해지나 당시 기록을 믿을 수 없고 확인해 볼 방법도 없으니 역시 제외다.  
  현재까지 최장수자로 장수학자들이 인정하는 사람은 프랑스 여인 잔 칼망(Jeanne Louise Calment)이다. 1875년에 태어나 1997년에 사망했으니 122세를 산 것이다. 프랑스와 같은 기독교 국가들은 세례를 받은 교회 기록이 있어 기록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우리가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가장 확실한 근거다.  
  2003년 8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10세 이상인 사람들이 47명 살고 있는데 그것도 출생 기록의 신빙성을 인정받고 있는 선진국만을 대상으로 한 자료다. 실제로는 더 많은 장수자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인간의 최대수명이 120이라는 말이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수명을 다 못 산다는 데 있다. 그 이유는 수명을 줄이는 나쁜 생활습관과 환경 때문이다. 따라서 나쁜 생활습관을 버리고 좋은 환경에서 적당한 운동과 좋은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120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100세까지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오키나와에선 스테이크로 해장한다?

장수의 마을로 알려져 있던 오키나와가 비만율 전국 1위, 우치난추의 식생활에는 일본과 미국이라는 지배자의 폭압적 인 역사가 강하게 드리워 있어

등록 : 2015-03-18 17:30

오키나와의 한 호텔에서 <류큐방송>(RBC)을 틀었더니 묘한 공익광고가 흘러나온다. 동네 야구의 한 장면이다. 사구를 얻은 타자가 1루까지 진루하는데 택시를 불러 타고 간다. 외야수가 공중볼을 쫓는데 오토바이를 탄다. 1루에 있던 주자가 2루를 훔치는데 ‘세그웨이’(Segway)에 올라탄다. 빵 터지게 만드는 재미있는 광고다. 그런데 “걷지 않는 우치난추, 비만율 일본 1위” “가끔은 걸읍시다! 우치난추!”라는 자막과 내레이션을 접하면 웃을 수만은 없다. ‘우치난추’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스스로를 일본인(야마톤추)과 구별해서 부르는 호칭이다. 운동을 너무 하지 않아서 비만 문제가 심각해진 오키나와의 현실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 건강 장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든 이 공익광고는 오키나와의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적확하게 잡아내고 있다.

오키나와 나하시의 국제거리. 이곳에는 스테이크 식당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미군 주둔의 영향이다. 오키나와는 일본 내에서 패스트푸드점도 가장 많다. 위키피디아
일반적으로 오키나와 하면 장수의 마을로 알려져 있다. 1973년부터 2004년까지 32년 동안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가장 수명이 긴 곳이었다. 오키나와는 1995년에는 ‘세계장수지역선언’을 발표했고 오키나와 북쪽에 자리한 오기미손(大宜味村)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지역으로 인정받았다. 국도 58호선에 면한 오기미손 입구에는 ‘장수 일본 제일’이라는 제목의 석비(1993년 건립)가 세워져 있다. 이 석비에는 “80살은 사라와라비(‘어린아이’라는 뜻의 오키나와말). 90살에 저승사자가 오면 100살까지 기다리라 하고 돌려보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철도가 1%, 자가용 의존율은 무려 86%
그런데 장수의 마을로 알려진 오키나와가 비만율 전국 1위라니! 비만율이 높은데 어떻게 장수마을이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2년 후생성이 공표한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20~69살)의 비만율(신체질량지수(BMI) 기준)이 가장 높은 지역은 오키나와로 일본 평균인 30.4%를 크게 웃도는 45.2%다. 성인 남성 둘 중에 한 명이 비만인 셈이다. 비만율이 높아지면 수명도 짧아진다. 실제로 오키나와의 평균수명은 2002년까지 현별 순위 1위였다가 2010년 현재 남성 기준 전국 30위(여성은 3위)로 떨어졌다. 특히 심각한 것은 연령별 순위다. 2010년 현재 남성 기준, 0살 유아의 평균 여명은 79.4년(전국 30위), 20살은 59.9년(27위), 40살은 40.8년(27위), 65살은 19.5년(2위), 75살은 12.4년(1위)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2010년 현재 0살 남성은 평균적으로 79.4살, 20살 남성은 79.9살, 40살은 80.8살, 65살은 84.5살, 75살은 87.4살까지 산다는 뜻이다. 젊을수록 수명이 짧아지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오키나와는 이미 장수마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향후 개선의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들어오는 칼로리는 높은데 나가는 칼로리는 낮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역시 오키나와가 자동차 중심 사회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오키나와의 자동차 보급률은 일본 평균이니 반드시 일본의 여타 지역보다 자동차 보유 대수가 많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자동차를 대체하는 교통수단이 부족하니 당연히 자동차 의존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오키나와 사람들의 운동량이 떨어진다. 오키나와에는 전철이 없다. 오키나와 현청 소재지인 나하에 모노레일 하나가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운행 구간 13km에 겨우 두 차량에 불과한 규모인데다 2003년 개통돼 역사가 겨우 10년 남짓에 불과하니 그 효과는 미미하다. 여객수송 분담률의 일본 전국 평균은 철도가 25%, 자가용은 66%인데 오키나와는 철도가 1%에 불과하고 자가용 의존율은 무려 86%에 달한다. 즉, 일상생활에서 운동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교통 시스템인 셈이다.

외식비용 1.5배, 세계적 햄버거 가게 밀집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식생활의 변화다. 오키나와의 ‘전통’ 식재료는 고야(여주), 쑥, 씀바귀다. 특히 고야의 생산량은 일본에서 가장 많다. ‘고야 참푸르’라 불리는 볶음은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이같은 고섬유 식재료에 다시마와 두부가 오키나와 장수의 비밀이었다.

그런데 1945년부터 1972년까지 이어진 미군 점령과 지금도 계속되는 미군기지의 주둔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1963년 오키나와에 진출한 미국의 햄버거 식당 A&W는 오키나와에 27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의 인구당 점포 수는 오키나와가 일본 전체에서 가장 많고 모스버그와 미스터도넛은 전국 3위, 맥도널드는 전국 8위다. 2012년 세대당 햄버거 외식비용도 전국 1위로 일본 평균의 1.5배에 달한다.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한 작은 섬 오키나와에 세계적인 햄버거 가게들이 밀집돼 있다. 출생률이 일본에서 가장 높으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햄버거 소비량이 많을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청소년기 때부터 햄버거에 길들여진 입맛은 오키나와 성인들의 식생활도 지배한다.

최근 오키나와의 식단을 지배하는 대표적 식재료는 바로 통조림 고기(luncheon meat)다. 일본에서 통조림 고기 소비량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오키나와다. 오키나와 식당에서 제공되는 달걀 스크램블에도, 쓴맛이 특징인 ‘고야 참푸르’에도 거의 통조림 고기가 들어 있다. 심지어 채소볶음 요리를 주문했는데 채소볶음 한가운데 통조림 고기구이가 ‘서비스’로 자리를 잡고 있어 당혹감을 느낀 경우도 있다. 된장국에도 들어 있고 심지어 편의점에서 파는 주먹밥에도 들어 있다. 이 주먹밥은 ‘오니포’라 불리는데, ‘오니’는 ‘오니기리’(주먹밥), ‘포’는 ‘포크’(통조림 돼지고기)의 줄임말이다.

통조림 고기는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미국의 호멜(Hormel)사가 제조하는 스팸이 일반적이지만 오키나와에선 덴마크에서 만드는 ‘튤립’(Tulip)이 유명하다. ‘튤립’ 소비량은 영국·독일이 선두를 다투고 3위가 일본인데, 일본 소비량의 90% 이상이 오키나와에서 소비된다. 오키나와 1인당 소비량이 연간 12캔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는 것으로 보아 오키나와의 통조림 고기 소비량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튤립’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휴대용 전투식량이었으니, 오키나와의 식문화를 바꾼 것이 바로 전쟁이고 미군인 셈이다.

전국 평균 반도 안 되는 어패류 구입량
관광객이 들끓는 나하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국제거리에 가면, 여기저기에 스테이크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에선 술자리 뒤에 라면을 먹지만 오키나와에선 술자리 뒤에 스테이크를 먹는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오키나와의 스테이크 소비량이 많은 편이다. 역시 미군 주둔의 영향이다.

오키나와 하면 당연히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니 어패류 소비량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대당 어패류 구입량은 일본 전국에서 가장 낮다. 전국 평균의 반도 안 된다. 어패류 소비량이 적은 데는 이유가 있다. 1609년 류큐왕국을 침공한 일본 본토의 사쓰마(현 가고시마현)가 사탕수수 모노컬처로 오키나와 농업을 재편하면서 어업과 어선 건조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키나와 음식에서 해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게다가 채소 섭취량은 일본 전국에서 여성이 44위, 남성은 45위로 꼴찌 수준이다. 인구당 술집 수는 일본에서 가장 많다. 실업률은 최악이고 이혼율은 가장 높다. 소득수준도 전국에서 가장 낮다. 채소는 먹지 않고 고기, 그것도 술에 통조림 고기를 상식하고 상대적 빈곤이 겹치니 비만율이 높아지고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다.

음식에 ‘고유’나 ‘전통’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문화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와의 접촉이나 충돌을 통해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변하는 것이다. 식문화의 차이를 국경선이나 민족의 안팎으로 구분해 국경선이나 민족의 안에 있는 사람들의 동질성을 강조하거나 국경선이나 민족의 밖에 있는 사람들과의 이질성을 드러내 음식에서 ‘고유’나 ‘전통’을 들이대는 것은 사실 거의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오키나와 음식이 일본이나 미국의 영향을 받아 이런저런 형태로 바뀌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땅에서 나는 것을 그 땅에서 먹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생태적 시점을 들이대지 않아도 오키나와의 식생활 변천에는 오키나와를 지배해온 일본과 미국이라는 지배자의 폭압적인 역사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일본 전체 면적에서 겨우 0.6%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 오키나와에 일본 주둔 미군기지의 70%를 밀어넣은 덕분에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던 일본이나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걸쳐 있는 오키나와를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초헌법적 권력을 일본 정부의 양해하에 휘두르는 미국이 오키나와 식생활 변천의 배후에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함포가 먹다 남긴 것
‘함포가 먹다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오키나와 민요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젊었을 때는 전쟁 세상/ 젊음의 꽃도 피울 수 없었네/ 집도 조상도 형제도/ 함포사격의 표적이 되어/ 입을 것도 먹을 것도 모두 없어/ 소철을 먹고/ 살았네/ 당신도 나도/ 모두가/ 함포가 먹다 남긴 것이라네.” 히가 쓰네도시(比嘉恒敏·1917~73)가 작사·작곡한 반전 민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미군의 함포사격과 일본군과의 지옥 같은 전투 사이에서 배고픔과 죽음의 공포를 겪었던 히가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만든 민요다. 히가의 이 민요에 빗대어 말하자면, 오키나와의 식생활 변천에 나타나는 굴곡에는 ‘함포가 먹다 남긴 것’을 가꾸어온 오키나와 사람들의 고뇌가 담겨 있다. 요즘 오키나와에서 부는 독립론이나 자립론에 이같은 고뇌가 응축돼 있고 이 ‘새롭고도 오래된’ 오키나와 사람들의 용트림이 ‘함포가 먹다 남긴 것’을 역사적인 디딤돌로 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페이스북       방명록      수정 2021-05-24 / 등록 2012-09-28 / 조회 : 10538 (344)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지식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2009.12  최낙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