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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온동물 : 체온 유지의 비용

체온 유지의 비용 :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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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는 온혈동물 ?


영국의 생리학자 존 데이비는 가다랑어가 냉혈동물이 아니라는 발견을 담은 논문을 1835년 발표했다. 그 뒤 지금까지 온혈성인 다랑어(참치) 14종, 상어 5종이 보고됐다

중고교시절 생물 시간에 어류, 양서류, 파충류는 냉혈동물이고 조류, 포유류는 온혈동물이라고 다들 배웠을 것이다. 사실 이보다는 변온동물과 정온동물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추운 곳에서는 도마뱀의 피도 차갑겠지만(냉혈) 열대지방의 한낮에는 따뜻할(온혈) 것이기 때문이다.

변온동물과 정온동물의 차이는 엄청나다. 보통 같은 크기일 경우 포유류의 에너지 소모량이 파충류의 열 배가 넘는다. 뱀들은 한 번 포식을 하면 몇 달을 굶어도 되지만 우리는 저녁에 삼겹살 2, 3인 분을 먹어도 다음날 하루만 굶으면 배가 고파 정신이 없다. 그렇다면 포유류와 조류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진화시킨 것일까. 아직 명쾌한 답은 없지만 정온성 획득 덕분에 지구력 향상과 활동성 증가, 서식지 확산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어류나 파충류 가운데 포유류나 조류 수준의 정온성은 아니지만 온혈동물의 특성을 띠는 종들이 존재한다. 영국의 생리학자 존 데이비는 1835년 발표한 논문에서 가다랑어의 체온이 주변 물의 온도보다 10도 정도 더 높다는 측정결과를 보고하면서 어류는 냉혈동물이라는 일반법칙의 예외라고 주장했다. 그 뒤 다랑어(참치) 14종과 상어 5종이 이런 온혈성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결과 이런 어류들에는 산소호흡으로 대사활동이 활발한 적색근(red muscle)이 존재해 열을 꽤 만들어내 주변보다 체온을 더 높게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적색근 온혈성(RM endothermy)’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이들은 이런 특성을 진화시킨 것일까.

이에 대한 유력한 가설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온혈성을 지니게 되면 온도차가 커도 적응할 수 있으므로 서식지가 넓어진다는 것. 실제로 온혈성 상어는 살 수 있는 온도 범위가 20도가 넘는다고 연구결과가 있다. 또 다른 가설은 헤엄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몸이 따뜻해지면 대사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따라서 근육의 힘과 지구력도 높아진다. 실제로 온도가 10도 올라갈 때 생체반응이 2배 빨라진다. 하지만 이 가설에 대해서는 아직 실험으로 입증된 적이 없다.


헤엄 더 빠르고 활동범위 더 넓어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 5월 12일자에 마침에 이 가설을 검증한 논문이 실렸다. 일본과 미국, 영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어류 46종을 대상으로 헤엄속도를 측정해 분석했다. 이 가운데 RM 온혈성 어류는 참치가 3종, 상어가 3종이었다. 헤엄속도는 물고기 몸에 센서를 달아 측정하기도 했고 동영상을 촬영해 계산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분석하자 온혈성 어류는 몸집이 비슷한 냉온성 어류보다 헤엄속도가 평균 2.7배나 더 빨랐다. 물론 여기에는 대가가 있어서 평균 1.9배 에너지를 더 쓰는 것으로 계산됐다. 아무튼 일부 어류가 온혈성을 진화시킨 게 속도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헤엄속도가 빨라지면 당연히 먹이를 찾고 잡아먹을 확률이 올라간다. 흥미롭게도 온혈성 어류의 헤엄속도는 진짜 온혈동물인 해양포유류나 펭귄(조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 어류는 역시 냉혈동물인 바다거북(파충류)과 비슷했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연간 활동 범위 데이터가 있는 어류 20종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9종이 온혈성 어류로 참치가 5종, 상어가 4종이었다. 분석 결과 덩치가 비슷할 때 온혈성 어류의 연간 활동 범위가 평균 2.5배 더 넓었다. 결국 참치와 일부 상어는 RM 온혈성을 통한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사율이 두 배 가량 높아지는 비용을 감수하는 길을 택한 셈이다.

참치 같은 경골어류와 상어 같은 연골어류가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건 4억 50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오래 전 갈라져 서로 갈 길을 가던 생물들이 생태적 필요에 따라 비슷한 특성을 각각 진화시킨 셈이다. 즉 참치와 일부 상어에서 보이는 RM 온혈성은 수렴진화의 흥미로운 예라는 말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다른 기사 보기kangsukki@gmail.com
저작권자 2015.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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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기자 sukki@donga.com

사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양서류나 파충류 같은 변온동물의 세계에서 포유류나 조류 같은 정온동물이 나온 건 상당히 미스터리다. 정온동물은 말 그대로 몸 속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슷한 크기의 변온동물보다 에너지를 30배가량 더 써야 한다. 자연이 이런 엄청난 비효율성을 선택했다는 건 그만큼의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이다. 즉 정온동물은 변온동물에 비해 속도와 지구력이 앞서고 서식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었다.

정온동물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서 열을 만드는 과정을 ‘열생성(thermogenesis)’라고 부른다. 추울 때 몸을 덜덜 떠는 것도 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근육의 짧은 수축 이완 과정에서 에너지 분자인 ATP가 소모되면서(이를 화학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된다고 말한다) 부수적으로 열이 나온다(변환효율이 100%가 아니므로). 운동할 때 열이 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변온동물도 움직이면 열이 나와 체온이 올라간다.

● 몸속의 난로 갈색지방
우리 몸에는 갈색지방조직이 소량 분포해 있다. 갈색지방은 열발생을 통해 정온동물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정온동물에는 이런 떨림 열생성과는 별도의 열생성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그렇지 않다면 주위 온도가 체온보다 늦을 때는 늘 떨고 있어야 한다)! 바로 갈색지방조직(brown adipose tissue)이 그 주인공이다. 즉 평소에는 갈색지방이 열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는데 갑자기 아주 추운 환경에 노출됐을 때는 이걸로 모자라 몸까지 떠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익숙한, 과잉의 영양분인 지방을 저장하는 곳은 백색지방조직(white adipose tissue)다. 연구결과 갈색지방이 열을 낼 때 쓰는 원료를 백색지방이 공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분비된 지방이 혈관을 통해서 이동한다). 그렇다면 두 지방의 ‘색깔과 기능’을 구분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갈색지방에는 철 함유량이 높은 미토콘드리아가 잔뜩 들어있기 때문에 갈색으로 보인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내 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세포내 호흡이란 포도당과 산소를 소모해 연료분자인 ATP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데 갈색지방의 미토콘드리아는 특이하게도 ATP를 만들지 않고 그냥 열을 만든다. UCP1이라는 단백질이 개입하는 ‘짝풀림 반응’을 통해서다.
누구나 손쉽게 존재를 알 수 있는 백색지방과는 달리 갈색지방은 인체에 수십 그램 정도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활성이 있는 갈색지방은 열손실에 무방비 상태인 신생아가 적응을 위해 존재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불확실한 면이 많았지만, 2009년 마침내 양전자단층촬영(PET) 등의 방법으로 성인에게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밝혀냈다.

● 매운 음식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이유

그런데 최근 이 갈색지방이 비만이나 당뇨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정상체중인 집단과 과체중인 집단을 저온에 일정 시간 둔 뒤 갈색지방의 활성을 비교해보니 정상체중 쪽이 4배가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불과 수십 그램인 갈색지방이 뭐 그리 대단하냐 싶겠지만 연구결과 갈색지방 40~50그램이 최대한 기능하면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결국 비만은 많이 먹고 덜 활동한 게 원인이겠지만 갈색지방이 활성화가 덜 돼 열발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요인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이쯤에서는 누구나 갈색지방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새로운 다이어트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이 분야는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이미 ‘열발생 다이어트(thermogenic diet)’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즉 덜 먹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잘 먹어서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다이어트를 하자는 것. 그럴듯하지 않은가.
열발생을 통해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가장 대표적인 식재료가 바로 고추다. 고추의 캡사이신이 신경계에 어떤 신호를 줘 갈색지방이 왕성하게 활동하게 만든다는 것. 우리가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을 뻘뻘 흘리는 것도 갈색지방이 만들어낸 과잉의 열을 배출하기 위한 해결책인 셈이다. 칼슘과 함께 섭취한 비타민D이 열발생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다이어트 호르몬 이리신 발견

과학저널 ‘네이처’ 2012.1월 26일자에는 갈색지방의 열발생에 관련한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이 실렸다. 지방의 저장소인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호르몬을 발견했다는 것과 함께 운동이 이 호르몬의 분비를 왕성하게 한다는 것. 이 환상의 호르몬 이름은 ‘이리신(irisin)’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령의 여신 이리스(iris)를 따 작명했다.
미국 하버드대의대 연구진들은 운동을 할 때 근육세포에서 많이 만들어지는 FNDC5라는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알아보다가 이 단백질이 아미노산 길이 112개인 조각으로 잘려 혈관을 타고 백색지방조직으로 가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처럼 기능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 단백질 조각은 호르몬인 것이다. 이는 기존에 존재하는 갈색지방과는 별도의 경로다.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운동의 에너지 대사 효과는 미스터리였다고 한다. 즉 운동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실제 운동에 들어가는 양보다 더 컸는데 그 이유를 잘 몰랐던 것. 그런데 이번에 운동이 이리신을 분비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화시켜 열발생을 유도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한마디로 체중조절 측면에서 운동을 하면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실제로 10주간 운동을 한 사람의 혈중 이리신 농도는 운동을 하지 않은 대조군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리신이 다이어트 분야를 혁신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이리신에 대한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생쥐와 사람에서 아미노산 112개의 서열이 100% 일치한다는 점이다. 인슐린이 85%, 렙틴이 83%인 것에 비교하면 경이적인 일이다. 공동조상에서 떨어져 나온 지 무려 5000만년이 지났음에도 아미노산 서열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건 이리신이 그만큼 생존에 중요한 호르몬임을 시사한다. 이런 호르몬이 지금까지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우리가 생물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최근 갈색지방뿐 아니라 백색지방도 갈색지방화해 열발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호르몬 이리신도 발견됐다. (제공 Genes & Development)
 


온혈 어류 발견 ?

어류는 원래 주변 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혈동물(냉혈동물)로 알려져 있었지만 조사를 통해 붉은 개복치는 이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니컬러스 웨그너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양생물학 연구팀은 14일(현지시간) 과학전문저널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게재하여 ‘최초’의 온혈어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붉은개복치(학명 Lampris guttatus)의 체온과 수온, 수심을 고려하고 추적한 결과 붉은개복치는 온혈동물임을 알아냈다.

참치와 몇몇 종의 상어 같은 경우에는 바닷속에서 먹이사냥을 쉽게 하도록 근육과 뇌, 안구 등 특정 부위에 일시적으로 체온을 올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몸 전체에 따뜻한 혈액이 흐르는 온혈어류는 처음이다.

붉은개복치는 날개처럼 생긴 가슴지느러미를 계속 움직여 열을 만들어냄으로써 평균 체온을 섭씨 4~5도로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붉은개복치는 차가운 심해에서 열손실을 방지하는 ‘역류열교환(Counter-current heat exchange)’이라는 고유의 구조가 있어, 아가미로 뿜어져나간 따뜻한 피가 외부 산소를 흡수하여 차가운 혈관을 데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그너는 “온혈어류인 붉은개복치는 몸을 데우기 위해 얕은 수면으로 되돌아올 필요가 없으므로 45~300m 수심에도 오래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온혈 어류의 경우에는 다른 경쟁자 사이를 보다 빠른 속도로 헤엄쳐 먹잇감 사냥에 유리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