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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 벽은 높지만 그래도 희망이다

GMO 안전성
- GM 미지의 위험이 많다는 주장
- 내가 GMO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  
- GM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주장
- 유전 질환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 암수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
- 유전공학은 그나마 남은 희망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끝나고 유전자 지도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장밋빛 희망’에 부풀었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꾸면 여러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도 ‘유전자 치료’는 갈 길이 멀다. 모든 유전자의 기능을 알지 못하고, 질병은 여러 유전자의 영향으로 발병하기 때문이다.

생명연장 : DNA조작 없이는 불가능하다
-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고 있다
- 기대수명은 83세에 수렴하고 있다
- 최장수 기록은 깨어지지 않고 있다. 비슷한 기록도 드물다

면역질환 : 끝없이 증가할 것이다
- 위생가설 : 깨끗해질수록 면역질환(아토피, 알러지, 자가면역질환)이 증가한다
-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 다시 비위생적으로 살 수는 없다
- 실험용 무균동물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위험해지는데 인간이 무균을 추구한다
- 면역역할의 재설정 없이는 극단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다.
- 유전자 기술없이 해결 불가 하다

알 수 없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BT기술과 IT기술은 30년 전부터 가장 유망한 미래 기술로 꼽혔는데 IT의 눈부신 성과에 비해서 BT 기술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IT는 0, 1의 무한한 Bottom up이고, BT는 무한이 연결된 복잡계의 Top down식 접근이다. 전모를 모르고 지엽적으로 접근하기에 항상 기대보다 더디다. 우리의 생명에 대한 지식이 그 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은 꾸준히 진행된다. 점점 유용한 성과를 낼 것이고, 단순히 식량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생명의 기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GM에 대한 너무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면 과연 향후에 어떤 BT기술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열정적으로 도전할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적 산물이 등장할 때에 GM보다 안전성에 관해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 적은 없었다. 자동차도, 항공기도, 컴퓨터도 의약품도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눈높이가 높아져 신기술인 GM은 가장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불안해한다. 그래서 GM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첨단 BT 기술로 받아들일지 인간을 위험과 불행으로 추락하게 할 기술일지 판단하는 것은 과학보다는 감성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진도가 나가고 있고 입장의 변화도 있다.

GM은 단순히 식량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질병의 치료 기술에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 유전 질환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 암수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 : 돌연변이 정화

화훼, 바이오 연료, 환경 중 중금속 등 오염물질 제거용 식물 등으로 그 용도도 다양화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마약 성분이 없는 GM 양귀비도 조만간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 오염정화 기술은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토양에 특정 식물을 재배하여 오염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토양을 정화하는 기술이다. 중금속 등이 심하게 오염된 토양에서는 식물도 자라기 어려우므로, 중금속에 잘 견디도록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활용하기도 하다. 토양 중 중금속을 제거하는 포플러 나무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질병치료용 단백질 등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작물 등 실로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GM 작물의 수입을 금지하던 유럽도 2005년부터 적극적으로 수용 자세를 갖추어가고 있으며 기업은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0년 3월에는 산업용 GM 감자의 재배를 유럽연합이 승인하는 등 GMO의 종류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또한, 제초제 내성, 해충 저항성이 기존의 GMO을 대표하는 특성이었던 것에 비해, 비타민 함량 강화, 트랜스 지방산 감소, 가뭄 스트레스에 견디는 특성, 식물병에 견디는 특성, 곰팡이에 견디는 특성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2010년 3월 독일은 전분 특성을 개선한 아밀로펙틴 감자의 생산을 승인했다. 농업생명공학 기술개발을 통한 식량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교황청도 지지를 표명한 바 있으며 비타민 A가 강화된 골든 라이스와 같은 기능성 GM 작물에 대해서는 그린피스에서도 지지를 표명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GM을 찬성하는 사람 중에서는 앞으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에서 GM이 육종만큼 확실한 성과를 보일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하는 측면에서 GM기술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힐블롬 노화생물학 센터의 신시아 케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선충의 수명을 6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길이 1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이 벌레는 수명이 유난히 짧아 10일이면 노화증세를 보이고 2주 내에 늙어 죽는다. 그런데 연구팀은 단 하나의 유전자(daf-2)를 조작해 이 벌레의 노화를 늦춰 84일까지 살게 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으로 치면 480년에 해당하는 수명이다. 1998년, 일본의 기후(Gifu) 국제 생명공학 연구소 다나카 마사시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DNA에 공통적인변이가 있는 사람들을 조사했다. 이 변이는 단 하나의 DNA 문자가 바뀐 것이다. 그런데 변이로 자유라디칼 누출이 조금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효과는 미미하지만 일생 동안 지속된다. 그 결과, 50대까지는 별 차이는 없어도 이후 점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여 80대에 이르면 이로운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 갈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유전적 변이가 없는 사람에게 유전자를 교정해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효과 높은 의약품을 개발한 셈이 되는 것이다. 사실 유전자의 교정 기술은 가장 저렴하면서 확실하게 노년의 질병을 막아 줄 수단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모두 알아내어 확실한 건강법과 수명 연장책을 발견하여도 GM기술의 발전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존의 GM보다 훨씬 정교한 기술을 발견하였으니 그 전망이 높다 하겠다.

25% 물을 덜 소비하는 새로운 유전자 작물 기술

고든 2018. 3. 10. 14:10

일리노이 대학이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단백질 한 개를 변형해서 작물의 생산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물 소비량을 25% 정도 줄이는 유전자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Photosystem II Subunit S (PsbS)라는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서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는 기공 (Stomata)을 일부 닫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데 기공이 열리면 식물 잎에서 공기와 함께 물도 빠져나게 됩니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물은 식물이 소비하는 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이를 조절하면 기공으로 빠져나가는 물을 줄여 더 적은 물로도 작물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너무 기공을 너무 닫으면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게 할 것이므로 적당한 타협이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광합성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고 물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수준이 대략 25%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작물의 종류에 따라서 이 수치는 다르긴 하겠지만, 작물 재배에 들어가는 물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면 여러 국가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는 우리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 GMO 작물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물 부족이 인간이 직면한 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새로운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의 발견과 같은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크리스퍼는 세균에서 염기서열이 짧게 반복되는 DNA 조각을 뜻한다. 1980년대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이 그 존재를 찾아낸 것인데 최근 이것이 미래를 바꿀 신기술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2013년 초 서울대 김진수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 등 5개 그룹이 거의 동시에 크리스퍼의 작동 원리를 응용해 DNA를 자유자재로 잘라내고 새로운 DNA를 붙이는 유전자 가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지금까지 개발된 유전자 연구 도구 중 가장 정확하고 사용하기가 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유전자 하나를 잘라내고 새로 바꾸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씩 걸리던 것이 이제는 며칠이면 된다. 한 번에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동시에 손 볼 수도 있고, 특정 유전자의 구체적 기능을 연구할 수도 있고, 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질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정할 수 있다. 이중에서 GMO에 응용은 기존에 왜래 유전자의 도입 없이 작물 내부의 유전자원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새 작물을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크리스퍼 CRISPR 2.0이라고 할 만한 좀 더 효과적인 유전자가위가 발견되었다. 기존의 절단 부위 말고 다른 곳도 자를 수 있는데 크기마저 절반 정도라 작업의 대상도 넓힐 수 있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세균의 면역계를 탐사하다 발견된 것인데 이것은 세균계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효과적인 유전자 가위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크리스퍼는 수백 가지의 변종이 있으며, 그것들은 각각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 유전체 편집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유전자 변형기술이 세균의 면역계 연구를 통해 또 한 차례 진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봄 우리나라 사람들을 긴장시켰던 메르스와 지난해 서아프리카를 초토화한 에볼라 등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들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다. 30억 염기쌍에 유전자 21000여 개로 이뤄진 게놈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고작 수만 염기쌍에 유전자 10여 개가 전부인 바이러스에게 전전긍긍하는 셈이다. 바이러스는 수백만 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작 수천 종만이 밝혀진 상태다. 바이러스의 다양성은 다른 세포 생물(미생물, 동물, 식물 등) 전부를 합한 것보다 크다. 개체 수도 지구상 다른 모든 생물을 합한 것보다 월등히 많다. 실제로 바닷물 1L 속에는 약 10억 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존재 한다. 이런 바이러스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해서는 세포퇴화설, 세포탈출설, 독립기원설 등 여러 추정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고세균, 세균, 진핵생물의 3대 분류 이외에 미지의 제4 군의 세포생물이라는 것도 있다. 최초의 생명이후 ‘원시바이러스세포(proto-virocell)’가 분화되었는데, 이 바이러스 조상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독립된 삶을 포기하고 다른 세포생물에 기생하게 됐고 그 뒤 불필요한 유전자들을 버려 오늘날 초경량급의 바이러스로 진화했다는 시나리오다. 바이러스의 정확한 기원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각각의 이론이 맞을지도 모른다. 전혀 기원이 다른 바이러스가 그냥 한 묶음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바이러스는 뭔가 아직 진화가 덜되거나 부족한 생명체가 아니고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도록 진화한 생명인지도 모른다. 나름 가장 완벽한 완성형이고 성공한 진화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의 DNA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끊임없이 숙주생명에 유전자에 합체를 시도한다. 그래서 바이러스와 숙주 생물은 많은 유전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인간의 DNA만 해도 전체의 8%가 레트로바이러스와 관련된 유전정보이다. 인간이 생명활동에 활용하는 유전정보 전부를 합쳐도 불과 5% 이하인데 이는 실로 놀라운 양이다. 레트로바이러스가 자신들의 RNA 유전체를 인간의 유전체 틈에 끼워 넣으면 대부분 시간이 흐르며 파손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대대손손 숙주의 유전체 속에 계속 남아 ‘화석’ 유전자가 된다. 여기에 레트로트랜스포존 계열의 유전정보까지 더하면 인간 유전자에서 바이러스와 유사한 부분이 40%를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찌 보면 숙주생물의 유전체는 결국 바이러스 유전자의 화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GMO를 혐오하기만 하는 이 순간에도 유전자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GMO 작물이 전혀 필요 없다고 해도, 유전자 기술은 앞으로 증가할 유전질환의 치료를 위해서 필요하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연적으로 필요할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해와 두려움만 많을 뿐이다



'라이프 해킹'에 다가선 생물학자들  

생명과학  양병찬 (2016-08-19 10:08)

보통 라이프 해킹(life hacking)이라고 하면, 약간의 영리한 조작을 통해 삶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주 《Scienc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참고 1), 한 무리의 과학자들은 생명기구(machinery of life)를 해킹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라이프 해킹에 할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비록 완전하게 조립하지는 못했지만) 합성 E. coli를 설계했는데, 그것은 지금껏 알려진 생명체들과 다른 코돈(단백질 코딩 기구)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번에 완성된 유전체는 (믿기 어렵겠지만) 자그마치 62,000개의 DNA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지금껏 보고된 것 중에서 가장 복잡한 유전자조작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과학자들에 의하면, 새로 쓴 유전체를 적재한 E. coli는 실험실 연구의 새로운 일꾼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새로운 화학산업의 공장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이러한 대규모 유전체 해킹은 한때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라고 MIT 링컨연구소의 피터 카 박사(생명공학)는 논평했다. "쉽지 않지만, 우리는 생명을 엄청난 규모로 조작할 수 있다. 심지어 유전자코드처럼 근본적인 부분까지 말이다."
유전체 해킹 작업은 하버드 대학교 조지 처치 박사의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는 DNA 시퀀싱의 선구자로서 세간의 이목을 가장 많이 끌고 있지만, 때로는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인물이기도 하다(참고 2). 그는 이번 연구에서 유전자코드의 과잉성(redundancy)을 이용했다. 유전자코드란 DNA가 세포의 단백질합성 기구에게 지시를 내리는 데 사용하는 언어다. 세포는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해 (3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된) DNA 코돈(codon)을 읽는데, 64개의 가능한 코돈(트리플렛 코드)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20개의 아미노산과 정지코돈을 코딩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유전자 코드는 동일한 아미노산에 대해 여러 개의 코돈을 갖게 된다. 예컨대 CCC와 CCG는 모두 프롤린(proline)이라는 아미노산을 코딩한다.
처치를 비롯한 연구진은 "중복된 코돈은 제거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다시 말해서 모든 CCC를 CCG로 대체해도, 세포에 해(害)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CCC를 프롤린으로 번역하도록 해주는 유전자는 완전히 삭제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 재코딩된 세포(recoded cell)를 만드는 킬러앱은 상당히 많다"라고 처치 박사와 함께 연구를 수행했으며 지금은 예일 대학교에 재직 중인 패런 아이작스 박사(생명공학)는 말했다. 그는 처치 박사와 함께 "E. coli의 정지코돈 중 하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증명한 바 있다(참고 3).
재코딩된 세포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예컨대 그것은 바이오리액터(bioreactors)를 손상시키는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띨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천연생물에 흔한 유전기구를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아, 바이러스에게 착취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먹이 속에 포함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합성 아미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들어질 수도 있는데(참고 4), 그럴 경우 '재코딩된 세균이 실험실을 탈출하여 자연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처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64개의 코돈 중 7개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정한 표적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변화의 수'와 '세포의 생존을 위협하는 변화의 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 것 같다"라고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마티유 랜던(박사과정)은 말했다. 그리고 7개의 여분 코돈은 궁극적으로 4가지 비자연적(unnatural) 아미노산을 코딩하도록 전용(轉用)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최신 DNA 편집기법(예: CRISPR)을 사용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운좋게도, DNA 합성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하락했다. 그래서 한 번에 한 군데씩 유전체를 편집하는 대신, 처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합성기계를 이용하여 기다란 재코딩 유전체 조각들을 여러 개 합성했다. 각각의 조각에는 여러 개의 변화가 포함되었다. (그들은 55개의 DNA 조각을 합성했는데, 각각의 조각들은 길이가 5만 염기쌍이나 된다고 한다. 단, 그들은 그 조각들을 재조립하여 기능적 E. coli를 만들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이상의 DNA 조각들을 E. coli에 하나씩 하나씩 열심히 삽입하여, 모든 유전체 변화가 세포에 유해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재코딩된 유전자 중 63%를 테스트했을 뿐이지만, 그중에서 문제를 일으킨 건 거의 없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처치 박사의 연구실에서 나온 진보적인 보고서가, 생물학자들로 하여금 ‘바이러스 없는 생명공학세포(virus-free bioengineered cell)’의 문턱에 발을 들여놓게 할 수 있을까? 문턱까지는 아니라도, 진입로에는 들어서게 할 것이다"라고 아이작스 박사는 말했다. 카 박사도 아이작스 박사의 말에 동의한다. "합성·테스트·조립의 일관공정을 완성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힘든 5%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노력은 95%다."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이슈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안전성이다. 예컨대, E. coli가 생성하는 비자연적 단백질 중 상당수는 독성을 지닐 수 있으며,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의 저항성은 그들이 자연계(예: 환경, 인간의 위장관)로 탈출할 경우 경쟁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치 박사도 이 점을 인정한다. "복수(複數)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에 다가갈수록,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처치 박사가 E. coli에 도입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안전장치는,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만들어진 공룡'을 제어하는 방법과 표면적으로 유사하다. 부활한 공룡은 인간 주인이 공급하는 특별한 영양소(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영양소)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작년에 《Nature》에 기고한 논문에서, 처치 박사는 "조작된 미생물에게 도입된 안전장치가 굉장히 강력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즉, 그 미생물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미생물이 (변이나 교잡 등을 통해) 장벽을 돌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처치 박사가 말하는 안전장치가 과연 그렇게 강력한지 여부는 앞으로 두고 볼일이다. "안전성이라는 용어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한다. '전적으로 안전하거나, 전적으로 위험하다'는 식의 흑백논리를 내세우지 말고, '어느 정도 위험한가'를 설명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라고 카박사는 말했다.
처치 박사의 포부는 원대하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유전체 합성을 목표로 하는 HGP-Write(Human Genome Project-Write)라는 프로젝트(참고 5)의 원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처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제 재코딩된 E. coli의 DNA 조각을 짜깁기하여, 하나의 연속된 유전체를 만드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이 성공하면, 다음 과제는 재구성된 생명체가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이다. 처치 박사에 의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연구실에 있는 과학자들에 의하면, 짧게는 4개월 길게는 4년이 걸릴 거라고 한다.